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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아웃 공포 또 다가온다

블랙아웃 공포 또 다가온다
예비전력 깜빡깜빡 갈피못잡는 원전대책 
`신재생` 은 산넘어산


◆ 에너지정책 길을 잃다 ① ◆'블랙아웃' 공포가 슬금슬금 다가오고 있다. 올여름, 어쩌면 올겨울이 될지 모른다.

2010년 이후 여름철 최대 전력 수요는 매년 3~10%씩 늘고 있다. 지난해 여름에 기록한 최대 전력 수요는 7429만㎾. 그날 전력 공급 능력은 7708만㎾였으며 남은 전력은 279만㎾에 그쳤다.

올해 최대 전력 수요가 3%만 늘어나도 7650㎾는 너끈히 넘길 것이다. 지난해 피크 때 전력 공급과는 불과 58만㎾ 차이다. 만약 올해 이상 고온이 불어닥쳐 2010년처럼 전력 수요가 10% 상승한다면? 모든 발전소가 전력 질주를 하는 상황에서 어느 날 100만㎾급 원전 하나가 고장을 일으킨다면? 대한민국 '블랙아웃'이라는 납량극은 현실이 된다.

호사가들 엄살이 아니다. 국내 발전소들은 최근 몇 년간 쉼 없이 달린 탓에 이곳저곳에서 고장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23일 100만㎾급 신월성 1호기가 제어봉 제어계통 부품 고장으로 가동을 멈췄다. 이날 예비전력은 400만㎾대로 떨어졌고 때아닌 봄날에 한국전력거래소는 전력 수급 경보 '준비' 단계를 발령했다.


세계 10위권 경제 규모에 제조업으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매년 여름과 겨울마다 '국가 정전' 직전까지 간다는 그 사실 자체로 과거 10년간 에너지 정책은 탄핵되어야 마땅하다. 수요 예측과 관리의 참담한 실패다. 그렇다면 앞으로 10년 후는 좀 나아질까? 상황은 부정적이다. 국내 원전 23기 중 2023~2029년 사이에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원전만 10기다. 지금 당장 이들 원전이 퇴출된 이후 계획을 세우고 집행에 들어가야만 10년 후를 기약할 수 있다. 그러나 후쿠시마 사태로 원전 신뢰가 급락하면서 정부의 원전 정책도 덩달아 실종됐다.

박근혜정부는 에너지 문제에 대해 이렇다 할 문제 의식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140개 국정과제 가운데 에너지 분야는 6개에 불과하다. 그나마 원자력 안전관리체계 구축, 에너지 공급 시설 안전관리 강화 등 종전 대책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수준이다. 원전 비중, 신재생 에너지 보급 목표 설정 등 민감한 이슈는 올해 하반기 발표할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이후로 판단을 대거 유보했다.


집권 초부터 주요 에너지 정책은 삐걱거리고 있다. 새 정부는 지난달 진행된 한ㆍ미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에서 국내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을 따내지 못하며 협상력에 한계를 드러냈다. 지난달 29일에는 경남 밀양 송전탑 건설을 놓고 지역주민 설득에 실패해 당장 7월부터 울산 원전(신고리 3호기)에서 생산될 전기가 전국에 제대로 공급되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지난 3년여 동안 공을 들였던 터키 원전 건설사업권은 지난 3일 일본으로 넘어가며 최종 수주에 고배를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