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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정부, 카지노 사전심사제 '경자법' 포함 추진

[호텔 시설투자 조건 없이 서류만으로 자격심사, '먹튀' 논란도]

-세계 유일 '카지노 사전심사제'는 시행령서 규정‥'위법' '먹튀' 논란
-법적 명확성 위해 아예 경제자유구역법에 사전심사제 포함하는 개정 추진
-심사 부처 문화부, 카지노 사전심사제 반대하던 기존 입장서 선회했단 분석도

정부가 현재 시행령으로만 규정돼 있는 '카지노 사전심사제'를 '경제자유구역특별법'(이하 경자법)에 정식으로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한다.

카지노 사전심사제란 외국자본이 경제자유구역에서 카지노 허가를 받기 위해 3억 달러의 특급호텔 시설투자를 실제로 해야 한다는 법적 요건을 충족하지 않은 채, 서류만으로 카지노 사업자 자격을 심사받을 수 있도록 한 세계에서 유일한 제도다. 

이로 인해 위법 논란과 함께 외국자본이 실제 투자 없이 카지노 사업자 자격만 받아 이를 비싼 값에 되판 후 한국을 떠날 가능성이 있다는 이른바 '먹튀' 논란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카지노 사전심사제 사후관리 방안 등 규정"

5일 정부 각 부처 관계자들에 따르면 산업자원통상부의 경제자유구역단은 카지노 사전심사제와 관련해 사후관리 방안 등을 추가하는 내용을 포함한 경자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개정안에 들어갈 카지노 사전심사제의 구체적 조항에 대해 검토 중인데, 내용이 확정되면 입법예고를 한 후 국회와 협의할 예정이다. 


경제자유구역단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지금처럼 시행령으로만 카지노 사전심사제를 진행해도 법리적 문제는 전혀 없다고 본다"면서도 "그러나 심사·허가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에서 투자이행 조건 등 법적 명확성을 분명히 해달라고 요청, 사전심사제를 법에 정식으로 포함시키는 개정안을 준비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카지노사전심사제는 민원사무처리법을 준용하고 있는데, 문화부에서 개별법인 경자법에 심사 조건 등을 분명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우려를 표명해 일리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화부 관계자는 "민간합동 위원회를 구성했고 공정하게 사업자의 자격과 자본건전성 등에 대한 심사를 진행할 것"이라는 원칙적인 입장을 밝히면서도 "다만, 현재와 같이 민간에서 신청하면 심사하는 구조가 아니라 관광진흥법에서처럼 사업자를 공모하는 방식으로 법 개정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먼저 카지노의 수요를 판단하고 이에 필요한 사업자 수를 정해 공모를 통해 심사하는 방식을 원한다는 것이다.

◇'사전심사제, 반대→찬성'으로 문화부 기류 바뀌나?=이에 따라 애초부터 카지노 사전심사제에 반대 입장이었던 문화부의 내부 기류가 변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문화부에선 유진룡 장관부터가 지난 3월 취임 이후 가진 첫 기자간담회에서 "경제자유구역의 카지노 사전심사제는 외자유치를 위한 것인데 꼭 그 방법일 필요가 있나 생각해봐야 한다"며 "신중하게 대처해 많은 국민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카지노 사전심사제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라면 현재처럼 시행령 규정 내용으로도 얼마든지 엄격하게 카지노 사업자 자격을 심사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문화부가 굳이 법 개정까지 경제자유구역단에 요청한 것은 사전심사제에 따라 카지노 사업자 자격을 내 줄 의향이 내심 있지만, 이후 벌어질 수 있는 법적 논란 가능성을 걱정했기 때문이라는 게 관광업계와 정가의 분석이다. 한 야당 의원실 관계자는 "시행령만으로 사전심사제를 진행하는 것은 위법 소지가 있다는 국회의 지적이 있자 문화부가 산업부와 협의해보겠다고 답변한 바 있다"며 "이번 법 개정 추진은 실제로 카지노 사업자 자격을 인정해준 이후 벌어질 논란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또 문화부 고위관계자는 최근 관광담당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미 신청한 두 곳 말고도) 10여 곳에서 카지노 사전심사를 신청하기 위해 서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1곳이나 2곳 정도는 (카지노 사업자 자격 인정을) 해줘야 하지 않겠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외국계 자본 2곳이 문화부에 사전심사를 신청한 상태이나, 두 곳 모두 재무적·도덕적 결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경자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이 앞으로 외국 카지노 자본의 유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카지노 사전심사제는 지난해 7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2006년 경제자유구역법이 시행된지 이후 한 건도 카지노 유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청와대 토론회에서 질책을 한 후, 지식경제부(현 산업자원통상부)가 문화부와 구체적인 협의 절차없이 시행령을 제정해 지난해 9월 18일 도입됐다. 

경제자유구역이 있는 인천 지역 등에선 내수경제 활성화를 명분으로 사전심사제를 통한 카지노 유치를 강력하게 원하고 있으나, 도박 산업의 각종 부작용과 이른바 '먹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