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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러도 양적완화 카운트다운…`글로벌 돈전쟁`

英·러도 양적완화 카운트다운…`글로벌 돈전쟁`
호주·뉴질랜드도 엔저로 경제 타격…돈풀기에 나설듯
금리 내린 드라기 "유럽핵심 獨·佛도 경제여건 심각해"

◆ 글로벌 양적완화 도미노 ◆ 

"오늘 금리 인하가 너무 늦게, 너무 조금(too little too late) 이뤄졌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불편한 질문을 받아야 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ECB가 10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직후 진행됐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른 후에 나온 드라기 총재의 답변은 불분명했다. 드라기 총재는 "ECB의 통화정책 기조는 충분히 완화적이었다"며 금리 인하 시점이나 폭에 대한 평가를 전혀 내놓지 않았다. ECB는 유로화 사용 17개국(유로존)의 입장을 조율해야 하기 때문에 기민한 대응을 기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ECB마저 움직였다. 그만큼 유로존 경기 둔화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드라기 ECB 총재는 이날 프랑스와 독일 등 유로존 핵심국 경제 여건의 악화가 금리 인하의 주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하반기부터는 경제 회복이 시작돼야 하지만 여전히 하방 위험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3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올해 유로존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2월에 예측한 -0.3%에서 -0.4%로 하향 조정했다. 

일본과 미국 중앙은행의 양적완화로 유로화의 환율 절상 우려가 커지고 있는 점도 ECB 금리 인하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실제로 일본은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 취임 직후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어 향후 2년간 132조엔(약 1500조원)의 막대한 자금을 풀어 물가상승률을 2%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일본은행은 4월 한 달 동안만 9조엔을 푸는 등 곧바로 양적완화 실행에 나섰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역시 지난달 30일부터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어 매월 850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사들이는 현행 3차 양적완화(QE3)를 유지하고, 기준금리 0∼0.25%의 초저금리 기조를 이어가기로 했다. 일본ㆍ미국ㆍ유럽에 이어 영국ㆍ러시아ㆍ호주ㆍ뉴질랜드까지 금리 인하를 비롯한 추가 양적완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로존 경기 하강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영국은 이미 추가 양적완화 논의가 진행 중이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머빈 킹 영란은행 총재가 이례적으로 양적완화 확대 지지 의사를 밝혔다. 오는 7월 부임하는 후임 마크 카니 총재도 영국 의회에 출석해 "영란은행이 인플레이션 목표를 맞추는 데 있어 보다 유연해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추가 양적완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러시아 역시 오는 6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측근인 엘비라 나비울리아나 전 경제부 장관이 중앙은행 총재로 취임할 경우 금리 인하 등 추가 완화정책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는 최근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존의 3.6%에서 2.4%로 낮출 정도로 경기 전망이 대폭 악화됐다. 

호주ㆍ뉴질랜드 등 자원 수출국들은 중국 경제 둔화와 엔저의 파고가 겹치면서 금리 인하론이 힘을 받고 있다. 

 거시경제 여건은 여타 선진국에 비해 아직까지 양호한 편이지만 중국 경제 의존도가 높은 이들 국가는 중국 경제 둔화에 따른 향후 자국 경기 급강하를 우려하고 있다. 여기에 엔저 영향으로 글로벌 투자자금이 집중돼 통화가치가 급등하고 있다는 점도 금리 인하를 부추기는 원인이다. 

셰인 올리버 AMP캐피털 투자전략책임자는 "호주중앙은행이 오는 7일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낮출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