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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증권/Hot이슈

스마트폰 기술 경쟁은 끝났다, 이젠 가격 싸움

스마트폰 기술 경쟁은 끝났다, 이젠 가격 싸움
스마트폰 저가 경쟁 시대

이미 높은 기술로 소비자 체감 떨어져
高스펙 포기하고 대량·저가 전략 선회
구글 64비트 OS, 기술 2차전 신호탄


수년간 치열한 신기술·기능 경쟁을 벌여 온 스마트폰 업체들이 이제 가격 경쟁을 시작했다. 삼성전자, 애플, LG전자 등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는 지금까지 새로운 스마트폰을 출시할 때마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기능을 탑재하고 고가(高價)로 판매하는 전략을 써왔다. 그러나 스마트폰 기술이 '한계'에 달해 경쟁의 축이 신기능에서 가격으로 이동하고 있다.


◇고스펙 포기하는 스마트폰 제조사들


지난달 24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삼성전자가 갤럭시S5를 선보이자 시장에선 "하드웨어 스펙 경쟁은 끝났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메모리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제품의 원가를 결정하는 주요 부품들이 전작(前作)인 갤럭시S4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AP가 64비트로 진화할 것이란 예측이 있었지만, 삼성은 갤럭시S5에 갤럭시S4와 같은 32비트 AP를 넣었다. 또 메모리 크기도 갤럭시S4와 같은 2GB(기가바이트)였다. 디스플레이 역시 갤럭시S4와 같은 제품이었다.


◇사용자 인식하지 못하는 기술 경쟁은 무의미

심지어 더 이상의 기술 경쟁은 무의미하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현재 스마트폰에는 대부분 1300만~1500만화소급 카메라가 들어간다. 화소 수를 높여도 소비자들이 느끼지 못할 정도로 이미 화소 수가 많다. 노키아가 4000만화소급 카메라를 장착한 스마트폰을 출시했지만 시장으로부터 외면받은 이유는 소비자들이 차이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 역시 마찬가지다. LG전자가 최근 출시한 G프로2와 삼성전자의 갤럭시S5에는 기존 HD급보다 화질이 향상된 QHD급 디스플레이가 장착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러나 실제 제품엔 HD급 디스플레이가 달려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사용자들이 HD급과 QHD급의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하더라"고 말했다.


◇대량생산, 저가 전략으로 선회하는 제조사들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제품 원가를 낮추고 싼 가격에 스마트폰을 대량 공급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중국·인도·동남아·아프리카·중남미 같이 저가 스마트폰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삼성전자는 베트남 타이응웬성의 옌빈 공장에 건설한 제2 휴대전화 생산 공장을 이번 달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베트남에 있는 1·2공장을 모두 정상 가동하면 연간 3억대 이상 스마트폰을 생산할 것으로 본다. 이는 작년 베트남 생산량 1억5000만대보다 두 배나 많은 숫자다. 대량 생산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 업체를 압도한다는 전략이다.


LG전자 역시 베트남 북부 하이퐁 경제특구의 공단에서 스마트폰을 생산할 계획이다. 이곳에서 연간 60만대를 생산해 베트남 지역에 공급할 계획이다.


◇64비트 운영체제가 등장하면 다시 신기술 경쟁 벌어져

물론 기술 경쟁은 끝난 게 아니라 잠시 '휴식기'라는 지적도 있다. 쉴 틈 없이 치열하게 기술 경쟁을 벌이던 기업들이 잠시 쉬면서 다음 기술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올 연말이나 내년 상반기쯤엔 스마트폰 기술 대전 '2차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전쟁의 신호탄은 구글의 64비트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발표다.


현재 구글이 만든 모바일 기기용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는 32비트 제품이다. 32비트 제품은 구조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3GB 이상의 메모리를 인식하지 못한다. 또 64비트 AP도 사용할 수 없다. 구글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올 하반기나 내년 초 64비트 운영체제를 내놓을 전망이다. 한 스마트폰 제조사 고위 관계자는 "64비트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등장하면 다시 기술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