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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서/뉴스

“남북통일, 경제통합부터 먼저 하자”

“남북통일, 경제통합부터 먼저 하자”

지식·네트워크 기반 도약형 모델로
‘흡수통일’ 정치우선 사고 폐기해야


서울 평양 메가시티 
민경태 지음 
미래의창·1만5000원

서울 평양 메가시티’란 서울과 평양을 초국경적 광역경제권 네트워크로 묶는 남북 통합(통일)의 실천적 개념이다. 그 기본 전제는 정치적 통합이 아니라 경제적 통합을 우선한다는 것이다. 정치적 통합은 오히려 늦출수록 서울 평양 메가시티와 남북통합이 순조롭고 통합의 시너지 효과도 극대화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방식의 통합이야말로 실현 가능하며, 그것도 독일 통일 과정의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고 더 빠르게, 더 적은 비용으로 이룰 수 있다. 남북은 정치 우선 통합에 대한 집착을 벗어던져야 한다. 그래야 서울 평양 메가시티가 성립할 수 있고, 한반도만이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의 핵심적 허브 경제권으로 부상할 수 있다. 이 길만이 한계에 봉착한 한국 자본주의경제의 돌파구를 열고 빈사상태의 북한과 그 주민들을 최소 비용, 최소 충격 속에 재건하면서, 흡수통합에 따른 혼란과 주변국들의 개입을 막을 수 있는 최상의 통일방략이다.

이것이 건축공학도이자 북한학으로 학위를 받은 민경태씨가 쓴 <서울 평양 메가시티>의 기본 내용이다. 개념 자체는 아주 새로운 건 아닐지 몰라도 삼성전자에서 신기술과 기술벤처 투자, 대외협력 업무를 담당해온 사람이 이런 구상을 구체화했다는 사실 자체를 우선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가 누차 강조하고 있듯이 한국 경제는 “고도 성장기를 지난 후 이제 몇몇 기업을 제외하고는 성장동력을 아예 상실해버릴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사로잡혀 있다. 게다가 많은 한국인들은 “중국 경제의 부상으로 지투(G2) 시대로 전환하는 상황에서 때로 중국과 미국으로부터 양자택일을 강요받고” 있으며, 이에 지혜롭게 대처해나가지 않으면 자멸하게 될 것이라는 강박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이것은 먼 미래가 아니라 당면한 현실이 됐다. 그 한계, 위기 돌파구의 해법이 바로 서울 평양 메가시티다. 이는 한국 경제의 주류, 그중에서도 재벌·대기업들이 남북의 경제 우선 통합방안을 매우 현실적인 한국 경제 미래의 대안으로 간주하기 시작했다는 신호일 수 있다.

남북 경제통합 개념은 후발국이 선발 산업국의 기술과 노하우를 넘겨받아 순차적으로 뒤쫓아가는 기러기떼꼴(안항형) 추격형 발전모델과는 다르다.
민씨는 거대 중국의 등장으로 안항형 발전은 이미 실효성을 잃었다며, 남북은 노동·자원 기반의 북 경제(제1 영역)를 기술·자본 기반의 남 경제(제2 영역)와 바로 접속해 지식·네트워크 기반 경제(제3 영역)로 건너뛰는 도약형 발전모델로 가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또한 거점 도시들의 네트워크 접속 체제인 다핵분산형 네트워크 도시 모델이기도 하다.

그렇게 될 경우 남은 북의 풍부한 노동력과 남보다 더 넓은 국토, 적어도 수십배 이상 풍부한 자원, 최대 1억명에 이르는 광대한 접속형 시장을 얻게 돼 성장 한계의 막다른 골목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상태로는 재기 불능으로 보이는 북은 남의 기술과 자본을 최근접 거리에서 지원받아 인프라와 주민 소득 수준을 단기간에 개선하면서 재건의 토대를 빠른 시일 안에 구축할 수 있어 다른 어떤 개도국보다 유리한 처지에 설 수 있다.

민씨는 북을 ‘애물단지’에서 ‘보물단지’로 바꾸는 이런 방식의 남북 경제통합을 ‘21세기 최고의 인수합병(M&A)’이라 부르면서, 그렇게 될 경우 서울 평양 메가시티는 전세계적 차원에서 가장 유망한, 가장 강력한 경쟁력을 지닌 거대 네트워크 도시(메가시티 리전)로 떠오를 수 있다고 얘기한다. 약간은 ‘통일 대박론’ 냄새가 나기도 하는 민씨의 구상은 남북의 방대한 군병력과 군사경제 문제, 청년실업, 산업구조 재편 문제에도 명쾌한 해법이 될 수 있다.

민씨는 이 모든 구상의 대전제는 북의 붕괴나 투항을 전제로 한 단기 흡수통일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북의 미래를 ①북에 급변사태가 발생하지 않고 남북 협력이 진행될 경우, ②남북 협력이 진행되는 중 북에 급변사태가 발생할 경우, ③북에 급변사태가 발생하지 않고 남북 대치국면이 지속될 경우, ④남북 대치국면에서 북에 급변사태가 발생할 경우 등 4가지 시나리오로 대별하고 ①을 최선, ④를 최악으로 상정한다. ①의 상황에서 남북은 큰 혼란 없이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최대화하는 시너지 효과를 올리면서 최소비용으로 빠른 통합을 달성할 수 있다고 본다. 북의 붕괴에 따른 흡수통일이라는 정치 우선 사고는 주변국의 개입을 불러들여 외세가 좌우하는 분단관리상태를 무한 연장하거나 북이 사실상 중국의 또다른 티베트가 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연결될 수 있다고 민씨는 경고한다.

<서울 평양 메가시티>는 남북의 정치적 통합우선주의를 비현실적인 것으로 인식하고 경제통합우선주의로 방향을 확고히 정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기업들이 그 일선에 서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읽힌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그것이 말만 바꾼 남쪽 일방주의적 흡수통일의 또다른 버전이어서는 안 된다.

출처;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65355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