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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막길 신용카드, 떠오르는 체크카드

내리막길 신용카드, 떠오르는 체크카드


신용카드. 한겨레 자료사진

체크카드의 대공세- ① 성장세 꺾인 신용카드

소득공제 확대 등 체크카드 육성 정책과
합리적 소비 트렌드로 신용카드 위상 추락

신용카드가 겨우 한숨을 돌렸다. 지난 8월 초 정부의 세법 개정을 통해 ‘소득공제 2년 연장’ 처방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신용카드 시장의 위축은 불가피하다. 정부가 체크카드 사용을 촉진하는 정책을 계속 펴고 있고 직장인들의 체크카드 사용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2년 안에 카드 결제 중 체크카드 비중을 5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신용카드 과잉시대가 가고 체크카드 전성시대가 도래할 것인가.

연봉 6천만원인 직장인 김현석(46)씨는 신용카드로 한달 평균 170만원을 쓴다. 동료와 들르는 음식점, 단골 술집은 물론 기껏 몇천원 정도의 물품을 구입한 편의점에서도 신용카드를 긁는다. 그가 의식하든 하지 않든 ‘신용사회’에서 카드 사용은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이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 신용카드 대신 체크카드로 결제하는 횟수가 늘었다는 점이다. 김씨는 “체크카드 소득공제율이 신용카드보다 2배 높기 때문에 연말정산 때 유리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취업한 이영석(28)씨도 지갑 속에 신용카드 한장쯤은 필수품으로 넣고 다녔다. 올해 초 시중 은행에서 재무컨설팅을 받은 그는 신용카드를 해지하고 체크카드를 발급받았다. 버스, 지하철, 택시를 이용할 때 캐시백 형태로 최대 10%를 할인받을 뿐 아니라 이동통신요금도 최대 3천원까지 할인받는다. 체크카드는 연회비가 없으면서도 다양한 할인 혜택이 주어지는 것이 장점이다. 계좌 잔고 내에서 결제되는 것도 충동구매를 자제하려는 이씨의 의도와 맞아떨어졌다.

지급·결제 수단의 핵심 구실을 해온 신용카드가 기로에 섰다. 지난 10여년간 정부의 장려 정책에 힘입어 몸집을 불렸지만 과잉소비와 가계부채를 부추겼다는 곱지 않은 시선에다 체크카드의 대공세로 변곡점에 들어선 것이다. 지금 추세라면 신용카드의 위상은 앞으로 2~3년 안에 급격히 추락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소득공제 확대를 앞세운 체크카드는 그 공백을 무서운 속도로 파고들고 있다.

균열은 이미 시작됐다. 한국은행이 지난 2월 발표한 ‘2013년 중 지급·결제 동향’을 보면, 신용카드는 2013년 말 현재 1억202만장이 발급돼 처음으로 체크카드(1억701만장)에 밀렸다. 이런 역전 현상은 올해 상반기에 더 가속화할 것으로 추정된다.

일몰 연장한 신용카드 소득공제

그동안 전체 지출에서 차지하는 신용카드 결제 비중은 압도적이었다. 민간 소비에서 신용카드 사용 비중은 60%(2012년 기준)를 넘어선다. 미국 20%, 영국 25%, 일본이 12%인 것과 비교하면 3~4배나 높다. 1인당 신용카드 사용은 연간 147건으로 세계 1위다.

올해 들어 카드 사용 추세는 신용카드의 퇴조 흐름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여신금융협회는 지난 6월 신용카드 사용액이 전년 동기 대비 1.8% 늘어난 반면, 체크카드 사용액은 22.3%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효찬 여신금융협회 조사연구센터장은 “이는 신용카드의 소비 활성화 기능이 약화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신용카드가 이렇게 코너에 몰리게 된 데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우선 정부의 정책 전환이다. 외환위기 이후 정부는 내수 확대와 세원 확보 등 경제적 효과를 기대하고 신용카드 활성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이에 신용카드 시장은 급성장했지만 무분별한 카드 남발은 곧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카드 돌려막기, 신용불량자 양산, 카드사 유동성 위기로 이어지며 이른바 ‘카드 사태’가 터지고 가계부채 문제로까지 번졌다.

사실 우리나라의 신용카드 애용은 유별나다. 신용·체크·직불 카드 중 신용카드 결제 비중은 90%를 차지한다. 이 정도면 신용카드 과잉사회에 살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정부는 2011년 말 칼을 빼들었다. 신용카드 중심의 결제 관행을 바꾸기 위해 메스를 든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신용카드시장 구조개선 종합대책’을 내놨다. 신용카드 발급 연령을 18살에서 20살로 높이고, 발급 기준도 강화해 소득이 부채 상환을 위한 원리금보다 많은 6등급 이상 신용등급 대상자로 발급자를 제한했다. 신용카드 발급을 까다롭게 해 남발을 막으려는, 한마디로 신용카드 억제 대책이었다. 일종의 규제 산업이라고 할 신용카드 시장에서 정책 전환은 소비자의 사용 패턴을 바꾸는 계기로 작용했다.

신용카드 억제 대책은 이후로도 쏟아지고 있다. 불법 모집 근절 대책(2012년 12월), 휴면카드 정리 및 자동해지제도 도입(2013년 4월), 세제 혜택 축소(2013년 8월) 등이 잇따라 신용카드 시장의 목을 죄었다. 결정타는 아무래도 신용카드 이용자에게 주어진 소득공제를 비롯해 카드사가 확대해온 부가 서비스 같은 각종 혜택의 축소다.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은 도입 초기인 2000년 10%에서 2001년 20%로 올랐다가 다시 축소되는 등 10여차례 변경 과정을 거쳤다. 애초 2002년까지 한시적으로 시행하기로 한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는 지금까지 5차례 연장됐다. 예정대로라면 올해 말이 일몰(적용 기한 종료) 예정이었다.
출처: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65448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