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 입는 로봇 만든다
70대 노인도 80㎏ 물건 들고 가뿐히 이동
국방·의료 등 5조 규모로 급팽창
현대로템이 영화 `아이언맨`의 슈트와 유사한 기능을 가진 이른바 `웨어러블(착용식) 로봇`을 이르면 2년 후 국내 기업 최초로 상용화한다. 이 로봇을 입으면 무거운 짐을 쉽게 들고 하반신 마비 장애인도 걸을 수 있어 산업 전반에 일대 혁신을 불러오게 된다.
이지석 현대로템 의왕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매일경제 기자와 만나 "2010년부터 웨어러블 로봇을 개발한 결과 향후 2~3년 후면 신체 일부분에 착용하는 웨어러블 로봇을 상용화하고, 5년 후엔 전신 웨어러블 로봇까지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분 웨어러블 로봇은 현대로템 생산공장에 먼저 투입되고 차후 계열사인 현대차나 현대제철 등의 공장으로 확대 적용될 계획이다. 이 연구원은 로봇이 근로자들의 생산성을 크게 높이고 재해 가능성은 낮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는 작업자는 무릎용 웨어러블 로봇을 착용하면 힘이 거의 들지 않게 된다.
그는 "현대로템이 개발 중인 전신 웨어러블 로봇은 팔다리 근력이 매우 약한 사람도 입으면 최대 80㎏ 무게를 들고 편안한 속도로 걸어갈 수 있다"고 밝혔다.
본지 윤원섭 기자가 지난 16일 현대로템 의왕연구소에서 전신 웨어러블 로봇을 입고 시연해보고 있다.
국방용으로는 병사가 50㎏의 군장을 착용하고도 무게를 전혀 느끼지 않은 채 먼 거리를 더 빠른 속도로 걷거나 뛸 수 있다. 의료용은 휠체어를 대신하거나 재활치료기구로 사용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스포츠용으로 골프 초보자가 타이거 우즈와 똑같은 스윙폼을 연습할 수도 있다.
현대로템이 추산한 웨어러블 시장 규모는 현재는 시작 단계라 거의 제로에 가깝지만 불과 10여 년 후인 2025년에 5조원 규모로 크게 성장할 전망이다. 현대로템이 2010년 웨어러블 로봇을 회사의 신성장동력 사업으로 개시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연구원은 "고령화사회가 진전됨에 따라 웨어러블 로봇 시장의 가장 큰 부문은 실버산업이 될 것"이라며 "현대로템은 실버산업을 집중 개발해 2025년 웨어러블 시장 점유율 20%로 세계 1위 기업을 목표로 한다"고 미래 비전을 밝혔다. 이에 따라 현대로템은 뼈ㆍ근육이 퇴화한 60세 이상 노인들이 젊었을 때처럼 등산 등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는 웨어러블 로봇에 우선순위를 두고 개발 중이다.
사실 현대로템은 글로벌 기준으로는 웨어러블 로봇 시장에서 후발 주자에 속한다.
미국 록히드마틴은 최근 군사용 웨어러블 로봇을 병사들에게 실제 착용시켜 필드테스트를 마쳤다. 병사들이 70㎏의 군장을 메고 최고 시속 16㎞로 기동이 가능하다.
미국 엑소(EKSO)는 장애인과 재활치료를 위한 웨어러블 로봇을 최근 미국 내 병원에 대당 약 1억원에 판매를 시작했다. 일본 대표 자동차업체 도요타는 올해 재활과 의료 분야에서 웨어러블 로봇 사업화를 추진한다.
이에 대해 현대로템 측은 "웨어러블 로봇 시장은 이제 시작 단계기 때문에 선도 업체가 없고 핵심 기술 역시 확립된 것이 없어 사실상 무주공산"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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