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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서/뉴스

중국의 일대일로 시진핑의 新실크로드

[월드 이슈] 도랑 치고 가재 잡고… 시진핑의 新실크로드

도광양회(韜光養晦)하던 중국이 굴기에 나섰다. 숨어서 때를 기다렸던 중국은 오랫동안 두 자릿수 경제성장률을 유지하며 다진 경제력을 바탕으로 세계경제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는 한국을 포함, 영국 프랑스 러시아 등 52개국이 참가 의사를 밝혔다. 중앙아시아, 유럽, 아프리카를 잇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도 보아오 포럼을 기점으로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 지난달 28일 보아오 포럼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은 일대일로를 통해 아시아 국가 간 상호 연결을 가속화하고 기초시설 건설과 인적 교류 등을 전면적으로 융합시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곧바로 중국정부는 일대일로 액션플랜(세부계획)을 발표했다. ‘중국판 마셜플랜’이라 보는 부정적 시각을 고려해선지 시 주석은 “일대일로는 중국 혼자 연주하는 독주곡이 아니라 세계가 함께 만들어가는 합창곡”이라고 강조했다.

‘신(新) 실크로드’ 또는 ‘중국판 마셜플랜’  

2013년 9월 시 주석이 중앙아시아 방문 중 ‘실크로드 경제권’을 언급하고, 그 다음달 말레이시아 순방에서 ‘해상 실크로드’ 얘기를 꺼내면서 일대일로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일대일로는 중국∼중앙아시아∼유럽으로 이어지는 육상 실크로드와 중국∼동남아시아∼인도양∼아프리카로 연결되는 해상 실크로드를 지칭하는 말이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60여개 국가, 약 44억 인구(전 세계 인구 63%)를 포괄하는 정치·경제·문화 공동체가 수립된다. 경제적 파급은 21조 달러에 달한다.  

중국은 일대일로를 동서양 문명 발전에 공헌했던 고대 실크로드에 빗대 ‘신 실크로드’라고 강조한다. 교류와 소통을 통해 참여국 모두가 발전할 수 있는 장을 목표로 한다는 점도 역설한다. 5개 중점 사업인 정책·인프라·무역·금융·문화 분야의 액션플랜은 ‘5통(通)’으로 불린다. 주변국과 공동 경제발전을 추진하는 정책 소통, 도로·철도 등 인프라 구축을 통한 인프라 연통, 무역·투자장벽 제거를 통한 무역 창통, AIIB·브릭스개발은행 창립 추진 등을 통한 자금 융통, 매년 외국인 1만명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민심 상통 등이다. 

하지만 일대일로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서유럽에 행한 대외원조 계획인 ‘마셜플랜’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미국이 마셜플랜을 통해 서유럽 재건을 돕는 한편 자국의 경제 성장을 이뤘던 것처럼 경제성장률이 7%대로 내려앉은 중국 입장에서 경제부양을 위해 내놓은 선택이란 해석이다. 



추진 배경은 

일대일로는 주변국가가 계획에 협력하리라는 중국의 자신감과 동시에 중국경제에 내재된 문제점 해소를 향한 절박함을 동시에 보여준다. 중국은 현재 ‘과잉설비’ 문제에 봉착해 있다. 2012년 현재 제철, 시멘트, 철강 등 21개 산업이 과잉설비산업으로 분류됐다. 중앙정부는 과잉설비를 연차적으로 줄이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지방정부들이 관할 지역 성장 둔화와 고용창출 부담 우려로 난색을 표하면서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일대일로 정책 추진으로 도로, 철도, 항구 등 인프라 투자가 활발해지면 과잉설비 문제는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LG경제연구원은 “설비과잉산업 수요가 증가해 가동률이 올라가면 해당 산업 내 기업들이 구조를 전환하는 데 드는 자금과 시간 여유를 갖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더불어 과다 축적된 외환보유액 문제도 투자를 통해 해소할 수 있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3월 말 현재 3조8430억 달러로 세계 1위다. 

지역 불균형 해소를 위해서도 일대일로는 중국에 필수적이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장옌성 비서장은 최근 “일대일로가 중국 남쪽의 윈난 지역에서 시작하든, 충칭이나 우루무치에서 시작하든 결국 중국의 서부 개발로 귀결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일대일로 전략에 따라 주변국과 교역이 활발해지면 중심에 서게 되는 중서부 지역이 직접적 수혜를 받게 될 것이란 얘기다. 인프라가 부족한 중앙아시아와의 물류망 등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서부 지역에 투자가 이어지면 자연스럽게 연해 지역에 편중됐던 산업·인프라 설비 문제가 해소된다. 균형발전으로 안정적 성장 발판 마련과 함께 지역경제 활성화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갖게 될 수 있다. 



일대일로 직접적 경제 효과는  

발개위는 일대일로 정책에 따라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이어지면 10년 내 중국 GDP 성장률이 매년 약 0.6% 포인트 상승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중국 민성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내고 일대일로를 통해 올해 중국 GDP 성장률이 0.25% 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관련 경제 규모는 1조400억 위안으로 추산했다. 주요 프로젝트 분야는 철도, 도로, 항공 건설로 전체 투자의 68.8%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건설 중이거나 건설 예정인 해외 투자 규모는 524억7000만 달러로 주로 중앙아시아와 남아시아 지역 에너지, 철도, 도로 등 인프라 건설에 집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