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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AIIB 참여 결정…6월까지 지분협상에 집중하기로

정부, AIIB 참여 결정…6월까지 지분협상에 집중하기로
미국 "각국 결정사항", 중국 "환영", 일본 "일본 아시아에서 고립 우려"




결국 국익이 앞섰다. 우리나라가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가입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기획재정부는 26일 관계 부처 간 논의를 거쳐 한국이 AIIB 예정창립회원국으로 참여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중국에 서한으로 통보했다고 발표문을 통해 밝혔다.

기재부는 "앞으로 기존 예정 창립회원국의 동의를 받으면 한국도 예정창립 회원국의 지위를 얻게 된다"며 "6월 중 설립협정문 협상이 완료되면 이에 서명하고 이후 국회 비준 절차를 거쳐 창립 회원국으로 최종 확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AIIB가 앞으로 본격적으로 운영될 경우 아시아지역 대형 인프라 건설시장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AIIB 참여 결정으로 건설, 통신, 교통 등 인프라 사업에 경험이 많은 우리 기업들의 사업 참여가 확대될 수 있다"고 밝혔다.


◆ 관계국들 반응...중 "환영", 미 "각국의 선택, 어쩔 수 없다", 일 "아시아에서 일본 고립 우려" 
이에 대해 미국 정부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한 외교 소식통은 "미 당국자들도 한국의 AIIB 가입을 어쩔 수 없는 부분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한국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AIIB 참여 결정이 한·미관계에 특별한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중론이다.


제프 래스키 국무부 공보과장은 26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한국의 AIIB 가입에 대한 미 정부의 입장을 물은 데 대해 구체적인 반응을 삼간 채 이 같은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래스키 과장은 "(동맹국들의 AIIB 가입) 결정 자체에 반응하거나 언급하지 않겠다"면서 "일련의 국가가 최근 AIIB 가입 결정을 내렸는데 그것은 그들 국가의 결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그동안 줄기차게 강조해 온 기구 운영의 '투명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세계 곳곳에서 기간시설 투자 확대에 대한 압박이 점증하고 있다는 점에 동의한다"면서 "따라서 미국은 현행 국제금융 구조를 강화하고 또 국제 사회가 이미 구축해 놓은 높은 국제기준과 투명성을 충족하는 어떤 다자기구라도 환영하며 그런 점에서 AIIB가 국제사회의 이런 기준을 충족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미국의 가입 여부에 대해서는 "참여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만 언급했다. 앞서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17일 브리핑에서 "현재로선 (미국이) AIIB에 가입할 특별한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애타게 기다리던 중국은 즉각 환영의 뜻을 표했다. 바이두(百度) 등 포털과 봉황망(鳳凰網) 등 뉴스 전문 사이트들은 속보로 한국의 가입 소식을 전했다.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스인훙(時殷弘) 원장은 한국 언론에 26일 "한국의 참여는 국제 금융질서를 새로 짜려는 중국에 큰 힘이 되기 때문에 당연히 환영받을 것"이라면서 "미국의 반대가 있었지만 영국 등 유럽 동맹국들이 이미 참여한 상황이어서 반대할 명분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후성더우(胡聖豆) 베이징이공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 아시아 인프라 건설시장에서 큰 기회를 얻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본 언론들도 한국의 AIIB 공식 참가 소식을 일제히 속보로 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다만 온도차는 확연했다. 지지통신은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아시아개발은행(ADB)에서는 한국의 발언력이 미미하기 때문에 AIIB의 창설 멤버가 되어 발언력을 확보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일·중·한 3개국이 관계 정상화를 지향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참여를 선언함으로써 일본이 아시아에서 고립될 가능성이 생겼다"고 보도했다. NHK는 "그동안 한국 정부는 안보동맹인 미국과 최대 무역 상대국인 중국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었다"고 소개했다.


◆ 의미와 향후 전망


AIIB는 아시아지역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사회간접자본(SOC) 등 인프라 개발을 지원하는 중국 주도의 국제기구로 미국과 일본이 주도해 온 아시아개발은행(ADB)의 대항마로 여겨지고 있다. 중국은 500억달러의 초기 자본금을 바탕으로 향후 1000억달러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국제금융가에서는 AIIB 출범을 놓고 중국이 그동안 미국 주도의 국제금융질서에 도전장을 던진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앞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7월 한국을 방문해 우리 정부에 AIIB 창립멤버로 가입해줄 것을 공식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지난해 10월 말 당시 중국, 아세안 9개국, 인도, 파키스탄 등 21개국이 양해각서(MOU)에 서명하고 예정창립회원국으로 확정될 당시 불참한 바 있다. 이후 동맹국인 미국과의 관계 등을 이유로 AIIB 가입을 고민해왔다.

이번 AIIB 가입 결정은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영국에 이어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 국가들이 잇따라 AIIB 참여를 선언한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AIIB는 이달 말 창립 회원국 모집이 마감되며, 6월 협정문 서명을 거쳐 올해 말이나 내년 초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앞으로 주요 우방국과 긴밀히 협력해 AIIB가 책임성, 투명성, 지배구조, 부채의 지속가능성 등에서 기존의 다자개발은행에 부합하는 높은 수준의 모범적 기준을 갖춰 세계 경제의 발전에 기여하도록 적극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