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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민간위성 제작 '쎄트렉아이' 박성동 대표

[CEO가 된 과학자] 국내 최초 민간위성 제작 '쎄트렉아이' 박성동 대표

작은 위성으로 큰 꿈 쏘다 - 친구들과 3억 모아 설립
"아무 일이나 시켜달라" 전세계 수십군데 이메일
세계 3强 소형위성 업체로 - 말레이시아 200억 위성 제작
스페인·두바이 위성도 수주, 카메라·본체·지상국 등 3대 기술 모두 개발 가능

1999년 12월 '새로운 천년이 온다'는 밀레니엄 열풍으로 지구촌 전체가 달아올랐지만, 박성동 KAIST 인공위성센터 연구원(당시) 마음속은 추웠다. 실업자가 될 판이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때 중복 투자를 줄이겠다는 명분으로 KAIST 인공위성센터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의 통합을 추진했다.

1992년 한국 최초의 인공위성 '우리별 1호'를 제작한 박 연구원을 비롯한 인공위성센터 연구원 50여명의 처지 역시 마찬가지였다. 당시 '한국의 우주 영웅'들 신세는 참 딱했다.

"다 집어치우고 대학 수능을 다시 볼 생각까지 했습니다. 의대에 가자는 의도였죠. 하지만 '국민 세금으로 습득한 위성 제작 기술을 이대로 죽여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 박성동(왼쪽) 쎄트렉아이 대표와 연구원들이 회사 연구실에서 인공위성 ‘두바이샛2’의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다. /대전=신현종 기자

박성동(朴星東·46) 쎄트렉아이 대표는 그해 12월 29일 친구, 교수들이 갹출한 3억원으로 국내 첫 민간 인공위성 제작 기업 쎄트렉아이를 세웠다.

사명(社名) 쎄트렉아이(satreci)는 '우리별'을 만들던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취지에서 KAIST 인공위성센터(SaTRec)에서 따왔다. 성공 가능성은 작았다. 인공위성 산업은 신생 업체의 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이다. 일단 우주에 올리면 반품이 불가능하기에 고객들은 성공 이력이 있는 업체에만 위성을 발주한다.

"책상 몇 개밖에 없는 회사로 인공위성 제작을 수주해야 하는 상황에 솔직히 나도 기가 막혔습니다." 박 대표는 마음을 추스르고 그간 각종 회의에서 안면을 텄던 전 세계 위성 사업자들에게 "아무 일이나 시켜만 달라"며 2000년 1월 이메일을 보냈다.

한 달 뒤에 첫 일감이 생겼다. 싱가포르 이공대 명문 난양(南洋)공대에서 "인공위성 제작 경험을 강연해주면 3만달러(당시 약 4000만원)를 주겠다"는 회신이 왔다.

그는 싱가포르 가는 길에 말레이시아에도 들렀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인공위성 '라작샛'을 제작할 계획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죠. 예전 말레이시아의 위성 발사를 도와준 적도 있어서, 라작샛 수주에 대한 일말의 희망을 품었습니다."


찬물, 더운물 가릴 처지가 아니었던 박 대표는 말레이시아 정부에 파격 제안을 했다. "위성 개발하면서 생긴 지식재산권을 공동 소유하고 설계도면까지 주겠다고 말레이시아에 제시했습니다. 가격도 시장가보다 30% 정도 낮췄습니다."

승부수는 2001년 1300만달러(당시 약 200억원)짜리 라작샛의 수주로 이어졌다. 제작이 끝날 때쯤인 2003년 위기가 찾아왔다. 성공하면 추가 수주도 가능할 때였다. 외부 충격에도 인공위성 내부의 부품이 정렬을 유지하는지 점검하는 진동시험에서 라작샛의 카메라 위치가 틀어진 것이다. 이 일로 한 달 예정이었던 진동 시험이 1년이나 지속됐고, 자금 여유가 별로 없던 쎄트렉아이는 1년 회사 경비의 절반인 10억원을 추가로 집어넣어야 했다. "별수를 다 썼지만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시간은 지나가고 돈만 쓰는 완전히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죠. 적당히 덮을 수도 있었지만, 양심상 그럴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다 외국 논문을 우연히 접하면서 해결책을 찾았습니다."

최선을 추구한 열정은 추가 매출을 낳았다. 인공위성을 발주하려던 두바이가 말레이시아에 쎄트렉아이의 평판을 문의했다

 "쎄트렉아이는 대충 덮고 넘어가는 일이 없다"는 말레이시아의 답변을 들은 두바이는 2006년 쎄트렉아이에 위성 두바이샛을 발주했다. 이후 쎄트렉아이는 두바이샛2·3, 스페인 위성 데이모스 등을 잇달아 수주하며 영국 SSTL, 유럽 우주기업 EADS아스트리움 등과 함께 세계 3강 소형 위성 제작업체로 성장했다.

"우리만이 위성의 3대 기술인 위성 카메라·본체·지상국을 모두 개발할 수 있습니다.
 원스톱으로 위성 제작이 가능해, 같은 조건이면 SSTL·아스트리움보다 우리를 선호하죠."

세계 인공위성 시장의 조류도 쎄트렉아이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각국이 고성능의 중·대형 인공위성보다는 적은 비용으로 만들 수 있는 소형 인공위성을 선호하는 쪽으로 시장 흐름이 변했다. 덕분에 소형 위성에 강점이 있었던 쎄트렉아이는 2011~2012년 연평균 28%의 성장세를 보이며 작년에는 36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출처: 조선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