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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서/뉴스

엔低 4차공습… 이젠 벼랑 끝에 몰린 輸出기업

100엔당 971원까지 하락]

-가파른 엔저… 6년 만에 최저치
엔저공포에 수출주 대부분 하락… 삼성전자株價 2년 만에 최저치

-'엔저' 연말까지 지속될 듯
日 추가부양 가능성 커져… 달러당 110엔 전망까지 나와

-日업체 거침없는 가격인하
海外바이어 가격인하 요구 거세
中企 "더는 못버틴다" 하소연

글로벌 엔저(円低) 현상이 심화되면서 엔화 대비 원화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3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엔화 환율은 장중 한때 심리적인 저지선으로 여겨지던 105엔을 돌파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100엔당 원화 환율도 971.32원까지 하락하며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엔저 공습이 다시 시작되면서 수출 기업에 비상등이 켜졌다. 이날 국내 증시에선 '엔저 공포'가 퍼지며 수출주들의 주가가 대부분 하락했다. 삼성전자가 0.4% 하락하며 2년 만에 신저가로 내려앉았고,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등 자동차 3인방도 일제히 하락했다.

또다시 찾아온 엔저 공습…연말까지 지속될 듯

2012년 아베노믹스 시행 이후 엔화는 2012년 2~3월, 2012년 10월~2013년 5월, 2013년 11~12월 등 크게 세 차례에 걸쳐 가치 하락을 겪은 뒤 올해 들어서는 100엔대에서 안정세를 보여왔다. 그러다 8월 초 잭슨홀 미팅 이후 미국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상대적으로 엔화 가치가 다시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특히 앞으로도 엔화 가치가 하락할 요인이 많아 본격적인 4차 엔저 공습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소비세 인상의 여파로 2분기 일본의 GDP가 크게 위축되면서 추가적인 경기 부양의 필요성이 대두하고 있고, 1조2700억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일본공적연금펀드(GPIF)의 해외투자를 늘리는 방향으로 연금 개혁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 엔화 환율이 연말까지 달러당 최대 110엔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아베노믹스로 인한 세 차례의 엔저 공습을 겪으면서도 한국 경제는 대체로 선방했다. 2012년 이후 꾸준하게 무역수지 흑자를 유지했고, 수출 기업들도 양호한 실적을 올렸다. 오히려 일본이 무역수지 적자가 심화되는 부메랑을 맞았다. 생산 기지가 해외에 있어 엔저로 인한 수출 증가 효과가 크지 않았던 반면, 에너지 등 수입 물가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또 국내 대기업들이 엔저에도 버틸 수 있는 경쟁력을 가지고 있어 이번 엔저 공습도 크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삼성증권 김용구 연구원은 "지난 2년간 데이터를 보면 엔화 가치 하락이 한국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증거를 찾기는 어렵다"면서 "이 기간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을 봐도 한국은 완만한 상승, 일본은 지속적 하강으로 각자 제 갈 길을 갔다"고 말했다.

세 차례 공습 잘 버텼지만…"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

하지만 대기업과 달리 중소 수출 기업들 사이에선 "더 이상은 버티기 힘들다"는 아우성이 커지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수출 중소기업들의 원·엔 손익분기점은 1059원이다. 수도권에서 휴대폰 전자회로 관련 부품을 만드는 한 업체 사장은 "지난 2년 새 개당 수출 가격이 20%나 떨어졌는데 여기서 더 내려야 할 것 같다"며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수준까지 왔다"고 말했다. 그는 경쟁사인 일본 기업들이 엔저를 무기로 제품 가격을 일제히 인하하자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을 내리고 있다. 기계 부품 분야 관계자는 "최근에는 해외 바이어들이 일본 업체의 가격 인하를 이유로 각종 부품 업체를 중심으로 국내 기업에 납품 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일본 기업들이 엔저를 무기로 경쟁력을 강화한 효과는 시간이 갈수록 뚜렷해질 전망이다. 예컨대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중국에 신규 공장을 지어 물량 공세를 펼치고 있다. 작년 중국 내 R&D(연구·개발) 투자도 3개 자동차 업체가 전년 대비 4~10%씩 늘려 신차 개발에만 3000억~9000억원을 더 쏟아부었다. 올해 1~7월 도요타와 닛산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 14% 증가해 현대·기아차 성장세(10%)를 웃돈다. 미국에서도 작년까지 현대·기아차에 뒤졌던 닛산이 올해 1~7월 역전에 성공하는 등 파격적인 할인 정책으로 일본차들이 판매 증가세를 만들고 있다. 도요타도 최근 5개월 월 20만대 이상 판매하는 기록을 세우고 있다.

산업연구원 이형구 박사는 "그나마 수출 대기업은 사정이 낫지만, 부품업체들은 영업이익률이 2~3%에 머물 정도로 이미 한계에 몰려 있는 상황"이라며 "가격 경쟁력이 사라지고, 수출 대기업이 엔저의 부담을 부품업체에 전가하면 수많은 중소기업의 존립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