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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서/뉴스

뉴라이트 전면 복귀, 이젠 방송까지 장악

ㆍ‘독재 미화’ 논란 이인호, KBS 이사장 선임 강행
ㆍ역사연구기관·방통심의위 수장 임명에 이어

뉴라이트 성향의 원로학자 이인호 KBS 신임 이사(78)가 5일 논란 끝에 KBS 이사장으로 선출됐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 뉴라이트 인사들이 핵심 역사연구기관 수장에 속속 오른 데 이어 올해는 방송통신심의위원장과 공영방송까지 장악하는 진용을 갖추게 됐다. 

이들은 친일·독재를 미화한 ‘대안교과서’(2008년)를 만든 교과서포럼과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2013년) 발간의 병풍 역할을 했던 한국현대사학회를 설립·주도한 공통된 뿌리를 갖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역사왜곡과 방송 장악을 통해 보수 정권의 장기집권을 노리는 전략의 일환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KBS 이사회는 5일 긴급이사회를 소집해 이길영 전 이사장 사퇴로 공석이 된 자리에 이인호 신임 이사장을 뽑았다. 야당 측 이사 4명은 “호선을 가장한 명백한 추대 놀음”이라며 불참했고 여당 측 이사 7명이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야당 측 이사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식민지근대화론을 신봉하는 이인호 이사는 문창극 전 총리 지명자의 교회 강연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 이를 비판하면 제정신이 아닌 사람’이라고 했다”면서 “개인이 역사를 왜곡할 수는 있지만, 극우적 사상과 역사인식으로 공영방송 KBS가 지켜야 할 공정한 여론 형성 책무에 부합할 수 있는지 심각한 의문을 품게 된다”고 밝혔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조합원들은 “청와대 눈치 보지 말고 국민의 방송을 실천하라”는 손팻말을 들고 반대시위를 벌였다.



이 신임 이사장은 이명박 정부 초기 친일·독재 미화 논란을 빚은 대안교과서의 감수를 맡았고, 지난해 9월엔 보수 성향 학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에 대해 “완벽하지는 않지만 교육적으로 문제될 소지는 없다”고 옹호했다. 2007년에는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자는 ‘건국60주년기념사업준비위원회’의 공동준비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그의 할아버지인 이명세씨는 조선총독부가 만든 어용친일단체 조선유도연합회의 상임참사를 지낸 대표적인 친일파로 꼽히고 있다.


이 신임 이사장이 상임고문을 맡고 있는 한국현대사학회도 주목받는다. 2011년 설립된 이 학회는 뉴라이트 학자들의 모임으로. 현재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집필에 참여한 이명희 공주대 교수가 회장을 맡고 있다.


초대 현대사학회 회장을 지낸 권희영 한국학대학원장(58)은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대표 집필했다. 그는 기존 역사교과서를 좌편향으로 매도하며 “4·3사건을 폭동”으로 규정했다. 현대사학회 이사 출신으로 지난 6월 임명된 박효종 방송통신심의위원장(67)은 뉴라이트 역사교과서를 집필한 교과서포럼 공동대표와 뉴라이트 단체들의 연합체인 ‘자유민주국민연합’ 상임대표를 맡은 바 있다. 대선을 앞둔 2012년 7월에는 방송에 나와 “5·16은 혁명으로 볼 수 있다”고 발언했고, 박근혜 대통령직인수위 정무분과 간사로 활동한 ‘친박’ 인사로 분류된다.


현대사학회 이사에 이름을 올린 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78)은 <이승만의 삶과 꿈> 등 이 전 대통령 관련 저서를 잇따라 내고 이승만을 ‘국부(國父)’로 예찬해왔다. 그는 2008년 한동대에서 강의할 때 교과서포럼이 펴낸 대안교과서를 강의 교재로 채택해 도마에 올랐다. 이화여대 총장 출신인 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은 교과서포럼 고문을 맡았으며 명성황후를 민비로 표현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이어진 뉴라이트 학자들의 득세는 박근혜 정부 1~2년 차 인사의 도드라진 특징과 방향이 됐다. 박 대통령의 묵인과 여당의 방조 속에 역사 연구의 대표적 국책기관과 방송·통신심의기관, 나아가 공영방송 이사장까지 뉴라이트의 그림자가 덮치고 있는 셈이다.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은 “박 대통령은 아버지의 왜곡된 역사관을 이으려 하는 것 같으며 한편으로는 일본 자민당의 장기집권 전략처럼 역사왜곡 전략을 본격화하는 것처럼 보인다”면서 “방송을 통해 왜곡된 역사관을 전파함으로써 보수 정치세력의 영역을 넓히려는 의도”라고 우려했다. 김 전 관장은 “일본은 밑으로부터의 혁명 경험이 없지만 우리는 3·1운동과 4·19혁명, 광주항쟁과 6월항쟁의 경험이 있고 민주화 시기가 있었다”면서 “지난해 교학사 교과서 채택률이 1%도 안됐던 것과 같이 역사를 거꾸로 돌리려는 시도에는 국민의 힘으로 단호히 맞서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