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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Watch] 무인자동차 상용화 카운트다운

[토요 Watch] 무인자동차 상용화 카운트다운
핸들·브레이크도 없이 알아서 차선 바꾸고 빈 공간 주차
영화 속 그 車… 이미 현실을 달린다
1925년 美서 무선신호로 주행 첫 시도후 냉전시대 군사·과학경쟁 덕에 기술발전
차선이탈경보 등 첨단기능 이미 일반화… 2035년 전세계 5,400만대 도로 누빌 듯




1925년, 사람이 조작하지 않는 차 한 대가 미국 뉴욕의 브로드웨이와 5번가를 무사히 가로질렀다. 프랜시스 후디나라는 전파 기술자의 작품이었다. 후디나는 당시 미국의 자동차 브랜드였던 '챈들러' 차량 한 대에 전파 송신기와 회로 차단기를 설치한 후 또 다른 차 한 대에서 무전 신호를 보내 챈들러를 움직이는 데 성공했다. 


이 소식을 들은 밀워키주의 한 자동차 판매업자는 후디나의 차를 사들여 '팬텀 오토(Phantom Autoㆍ유령 자동차)'라는 이름을 붙여 영업용 볼거리로 활용하기도 했다. 뒤차에 탄 사람이 발신하는 무전 신호로 움직이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무인자동차라고 할 수 없지만 무인자동차를 실현하기 위한 첫 시도였다.


이처럼 무인자동차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다. 무려 90여년 전의 기술자부터 오는 2017년 무인차 상용화를 선언한 구글에 이르기까지. 어느덧 상용화 시대가 다가온 무인자동차의 과거ㆍ현재ㆍ미래를 짚어봤다. 


과거 사람들이 생각한 무인자동차의 콘셉트는 지금과 상당히 비슷했다. 1939년 뉴욕 만국박람회에서 제너럴모터스(GM)가 선보인 '퓨처라마(Futuramaㆍ미래의 전경)' 전시관에는 현재의 무인자동차와 근접한 자동차가 등장한다. GM과 20세기 최고의 산업 디자이너였던 노먼 게디스는 이 전시관에서 자신들이 상상한 1960년대의 도시 풍경을 구현했다. 퓨처라마 속 도시에서 자동차는 자동 속도조절 장치와 컴퓨터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오늘날의 무인자동차에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과 각종 전자장치가 탑재되는 것과 비슷하다. 


이후 냉전시대의 군사ㆍ과학 경쟁 덕에 기술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무인차의 도래를 앞당길 만한 기술들도 속속 개발됐다. 예를 들어 폭격 지점을 정밀하게 노리는 유도 미사일은 목적지까지 알아서 찾아가는 무인차와 닮았다. 미국과 소련의 우주과학 경쟁은 탐사용 로봇 개발로 이어졌고 카메라와 센서, 레이저와 레이더 주변 상황을 파악해 스스로 움직이는 기기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1980년대에는 독일의 에른스트 딕만 뮌헨연방대 교수가 메르세데스벤츠의 밴에 카메라와 센서를 달아 무인자동차로 개조했다. 이 차는 수백만㎞를 무사히 주행했다. 이후 딕만 교수는 유럽 다자간 기술혁신 프로그램인 '유레카'의 '프로메테우스' 프로젝트에서 활약했다. 1985년부터 1995년 완료된 사상 최대의 무인자동차 프로젝트인 프로메테우스에는 유럽 주요국과 주요 자동차 브랜드가 대거 참여, 1993년에는 무인자동차를 수천㎞까지 운행하는 데 성공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무인차의 상용화가 점점 가시화됐다. 가장 무서운 기세로 액셀러레이터를 밟아온 곳은 구글이다. 구글은 2017년에 무인차를 상용화한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는 100년 이상 자동차를 만들어온 자동차 제조사들을 단숨에 제치겠다는 폭탄 선언이기도 하다. 


단순한 엄포가 아니다. 지난 5년간 12만㎞의 무인차 시범주행 기록을 쌓은데다 도요타 차량을 개조해 쓰던 데 만족하지 않고 이제는 차량마저 자체 제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이 5월 공개한 시제품은 2인승 소형차로 스티어링휠과 브레이크ㆍ액셀러레이터 페달이 아예 없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대표 역시 무인자동차 시장의 선두주자를 노리고 있다. 그는 3월 "2017년까지 '모델S'를 기반으로 한 무인주행차를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영화 '아이언맨'의 모델이면서 '모델S'로 순식간에 전기차 시장의 개척자가 된 그이기에 자동차 업계는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이에 맞선 제조사들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8월 메르세데스벤츠의 'S클래스'를 개조한 무인자동차가 독일 남서부 만하임 인근에서 100㎞를 무사히 주행했다. 카를 벤츠 메르세데스벤츠 창업자가 세계 최초로 제작한 자동차 '페이턴트 모터바겐'을 타고 처음으로 장거리 주행을 시도한 바로 그 루트다. 메르세데스벤츠 관계자는 "프로메테우스 프로젝트 등을 통해 이미 1998년부터 S클래스에 정속 주행 기능을 적용할 수 있었고 기타 다양한 주행 보조 시스템과 차량용 카메라를 개발해왔다"고 설명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20년께 무인자동차를 상용화할 계획이다. 


BMW와 도요타·닛산·포드·아우디 등도 각각 무인자동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속도나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할 뿐만 아니라 이제는 알아서 차선을 바꿔가며 달리고 빈 공간을 찾아 주차해주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다소 색다른 사례는 볼보의 '드라이브미(Drive me)' 프로젝트다. 선두 차량만 사람이 직접 운전하고 그 뒤를 따르는 100여대의 차는 선두 차량을 따라 스스로 달린다는 이 구상은 거의 현실화됐다. 볼보는 2017년 스웨덴 예테보리 시내에서 '자율주행차' 100대가 나란히 달리는 진풍경을 연출할 계획이다. 


무인자동차 시대를 엿보게 해주는 최첨단 기능은 이미 일반화되는 단계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고급 수입차에나 탑재됐던 ASCC는 현재 국산 중형차인 '신형 쏘나타'에도 적용됐다. 운전자가 손발을 모두 놀려두고 있어도 자동차가 알아서 전진ㆍ정지하기 때문에 운전이 한결 여유로워진다. 


자동주차기능(SPAS)은 지난해 8월 출시된 준중형차 '신형 아반떼'로 경험해볼 수 있다. 이밖에 방향등을 켜지 않은 채 차선을 벗어나면 운전자의 주의를 일깨워주는 차선이탈경보시스템(LDWS), 미처 확인하지 못한 사각지대까지 챙겨주는 사각지대감지시스템(BSD) 등도 이미 보편화돼 있다. 


무인자동차 시대가 다가오면서 '교통사고율 0'의 꿈도 기대해볼 만하게 됐다. IHS오토모티브는 3월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무인자동차의 사고율은 거의 0일 것이며 다만 일반 자동차가 무인자동차에 충돌하는 사고는 발생할 것"이라며 "2035년에는 전세계적으로 5,400만여대의 무인주행차가 도로를 달리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