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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한 DNA, 웨어러블에 딱맞아…결국 한국이 주도"

"스피드한 DNA, 웨어러블에 딱맞아…결국 한국이 주도"
부품·소형기기 기술력, 많은 얼리어답터 강점
차세대 성장동력 `모바일 헬스` 선점할 디딤돌


◆ 웨어러블 코리아 (上) / 실리콘밸리 `코리아 돌풍` ◆ 


"삼성과 LG가 스마트폰 이후에 부진할 거란 전망이 많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더 만개할 겁니다. 스마트 기기를 제조ㆍ판매하며 쌓은 뛰어난 경험이 이미 스마트시계에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지요."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샌마테오에서 열린 실리콘밸리 최대 규모 해커톤(마라톤을 하는 것처럼 정해진 시간에 해킹을 하는 프로그램 대회)인 `엔젤핵`에서 만난 데이비드 리 스탭봇 창업자는 스마트폰 이후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쏟아지고 있으며 핵심인 `웨어러블`을 한국이 장악할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현재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를 통해 자금을 모으고 있는 데이비드 리 사장의 야심작인 스탭봇은 웨어러블 기기에서 얻은 다양한 정보를 스마트폰에 연동시켜서 다마고치(일본서 개발한 애완동물을 기르는 휴대용 게임기)처럼 캐릭터를 키울 수 있는 게임형 앱이다.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게임화(게이미피케이션)를 결합시키며 뉴비즈니스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공항 근처 벌링게임에 위치한 미스핏(MisFit). 이 회사의 `샤인`이 최근 아이폰 광고에 소개되면서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4분기에만 약 20만개가 팔렸을 정도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샤인은 몸에 착용해 움직임을 측정하고 데이터를 모아 운동량과 거리, 패턴 등을 분석하는 웨어러블 기기다. 500원짜리 동전 모양이어서 스트립에 끼우면 손목에 착용할 수 있고 목걸이로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디자인이 뛰어나다. 특히 이 회사가 코카콜라와 협력해서 내놓은 코카콜라 레드 제품은 선풍적 인기를 모으고 있다. 코카콜라가 이 제품을 구입해 전 세계 코카콜라 임직원들에게 배포하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직접 방문한 미스핏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창고 같은 건물에 개발자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었으며 회사 곳곳에 샤인 제품과 작은 동전 모양의 이 제품을 담을 수 있는 아이디어 상품인 티셔츠, 양말 등이 눈에 띄었다. 창고에서 시작해서 큰 회사를 만드는 꿈을 꾸는 전형적인 미국 샌프란시스코 및 베이 지역의 스타트업이었다. 


이 회사의 소니 부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에 본사가 있고 UX 디자인과 엔지니어링, 연구개발을 하고 있지만 한국에서 제조하고 베트남에서도 R&D를 하는 글로벌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실제 샤인의 박스에는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제품에는 `크래프티드 인 코리아(Crafted in Korea)`가 선명히 박혀 있다. 가산디지털단지에 있는 비전스케이프에서 제조한다. 즉, 전 세계로 선풍적으로 팔리는 이 제품이 가산디지털단지에서 만들어진 제품이라는 것이다. 


미스핏 CEO는 베트남계이지만 부사장으로 한국인(이재준 씨)을 영입했으며 한국계로 실리콘밸리에서 활약 중인 트랜스링크캐피털이 주요 투자자다. 미스핏은 SK텔레콤과도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사실상 한국과 한국인이 주축이 돼 만든 글로벌 제품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재준 부사장은 "다른 회사는 추적 기술 기반 위에서 사업을 시작했지만 미스핏 샤인은 어떻게 웨어러블을 수용하고 특히 여성들이 사용할 수 있을까, 언제 어디서나 쉽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시작했다"며 "이 같은 사용성은 한국 소비자들에게도 피드백을 많이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핏비트`는 한국 시장에 진출한 지 6개월 만에 한국 웨어러블 밴드(추적기) 시장의 70%를 차지하며 독보적 위치를 차지해 화제가 되고 있다. 삼성과 LG에서도 웨어러블 밴드가 나왔지만 핏비트가 시장을 이미 선점했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도 웨어러블 밴드 분야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핏비트는 재미교포 제임스 박이 창업한 회사다. 


이처럼 한국이 웨어러블에서 강한 이유는 지난 수년간 스마트 전쟁을 벌이면서 시장 상황과 소비자 요구에 맞게 성능과 수량을 조절하는 경험을 배웠기 때문이다. 여기에 배터리, 센서 등 웨어러블 핵심 부품 등도 한국산이 많다. 웨어러블은 중국의 저렴한 인건비와 시장을 무기로 한 기기보다 `스피드`와 `경험`이 요구되는데 여기에 한국이 적합한 기지로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미국 쿠퍼티노에서 디자인하고 중국에서 제조하며 원가를 낮추고 수익을 높였다.

 

 하지만 웨어러블은 다르다. 가격보다는 빠르게 시장에 내놓고 소비자 요구를 즉각 수용하고 반응하는 것이 시장 성패를 좌우한다. 그런 의미에서 기술력과 제조능력, 아이디어를 갖춘 한국 업체들이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