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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장마, 이른 더위… 낙동강 벌써 '녹조 비상'

늦은 장마, 이른 더위… 낙동강 벌써 '녹조 비상'

작년보다 40일 빠른 조류경보, 정수시설 갖춰 食水는 안전

장마 시작되면 수그러들 듯

때 이른 녹조가 번진 낙동강은 녹색 셀로판지를 대고 보는 듯 연둣빛이었다. 지난 30일 오후 낙동강 중류 강정고령보 공도교(公道橋). 낮 기온이 30도를 넘긴 이날, 다리 아래 녹색 강물엔 어른 팔뚝만 한 잉어 수십 마리가 동글동글한 조류 알갱이를 먹이로 알고 수면 위로 입을 뻐끔거렸다.


"작년 이맘때엔 녹조가 거의 없던 곳입니다. 올해 유독 빠릅니다." 박주현 국립환경과학원 연구관이 말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강정고령보에선 이미 지난달 23일 녹조의 주범인 남조류 숫자가 18만7935개/mL까지 치솟았다. 달성보·합천창녕보도 20만~30만개까지 기록됐다. 2012~2013년엔 8~9월에야 나타난 수치다. 환경부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작년(7월 30일)보다 40여일 빠른 지난달 18일 창녕함안보에 '조류 경보'를 내렸다.

◇때 이른 더위와 마른하늘에…

올 들어 낙동강에 녹조가 빨리 번진 이유는, 높은 기온과 유독 적은 강수량이 주(主)원인이라고 환경부는 밝혔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5월과 6월 초여름 더위에 전국 평균 기온은 각각 18.4도와 21.9도로 평년보다 1.2도, 0.7도씩 높았다. 강수량은 장마가 늦어지며 평년 대비 반 토막이 났다.


녹조는 ①높은 수온 ②강한 햇볕 ③유속 ④조류의 먹이인 물속 인(燐) 총량 등의 영향으로 핀다. 올해는 초여름부터 녹조가 빨리 번질 조건이 딱 갖춰진 셈이다. 6월 말에 달성보와 창녕함안보 등 낙동강 중·하류 본류(本流)에서 녹조 알갱이가 보였다. 낙동강 하류 쪽 좁고 물살이 느린 곳은 상태가 더 심각하다. 낙동강 하류 지역인 부산 사상구 삼락생태공원 일대는 수초 사이로 녹조 덩어리가 둥둥 떠다녔다.


환경 단체나 4대강 반대론자들은 4대강 사업으로 생긴 보(洑)가 낙동강 녹조의 근본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고인 물이 썩는다'는 말처럼 4대강 보로 막힌 낙동강이 죽어간다"며 "'녹조라테(녹조 핀 물을 비꼬아 만든 말) 현상'이 이를 증명한다"고 했다. 수질 전문가들은 4대강 사업으로 보가 생기면서 강물 유속이 느려져 녹조가 더 번식할 수 있는 조건이 된 것은 맞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는 올해 때 이른 녹조야말로 '4대강 보'와 '녹조' 사이에 별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한다.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만약 보가 녹조의 원인이었다면, 작년이나 재작년에도 똑같은 시기에 녹조가 피었어야 했다"며 "올해만 유독 녹조가 빨리 핀 것은, 보가 아니라 수온 등이 녹조의 주원인이란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했다.

◇마시는 물은 안전?

올해 녹조는 유독 빨리 피었지만, 환경부와 수자원공사 등 낙동강 수질·수량을 관리하는 기관들은 녹조를 없앨 뾰족한 대책이 사실상 없는 상태다. 수문을 열어 물을 흘려 녹조까지 쓸려 보내자니, 가뭄 때 물을 저장해 용수로 활용한다는 보의 원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고, 황토 살포도 취수원을 되레 흙탕물로 만드는 등 부작용 논란이 있어 마구 쓰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도 낙동강물을 수돗물로 쓰는 영남 주민들이 수돗물 수질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환경부는 설명한다. 페놀 사건 등 굵직한 환경 사고가 자주 터진 탓에 낙동강 지역엔 이미 녹조를 대부분 제거할 수 있는 고도 처리 정수 시설(오존과 활성탄 정수 과정까지 있는 곳)이 잘 갖춰져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강 등 고도 처리 정수 시설이 갖춰지지 못한 곳에선 녹조가 심하게 피었을 때 수돗물에서 악취가 날 가능성이 있다.


3일 전국 곳곳에 장맛비가 내리면서 녹조는 잠시 누그러지겠지만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는 것이 국립환경과학원의 설명이다. 최근 장마철에도 비가 오지 않는 '마른 장마'일 때가 잦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7~9월 폭염 기간에는 언제든 녹조 현상이 이어질 수 있고, 수온이 정점에 이르는 8월 말에는 녹조가 다시 한 번 크게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출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7/03/201407030022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