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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증권

코스닥 신용잔고 급증..개미들 '빚 잔치' 주의보

코스닥 신용잔고 급증..개미들 '빚 잔치' 주의보
‘빚내서 주식투자’ 5조 육박


개인 투자자들이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신용잔고가 5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특히 투자금이 부진에 빠진 코스닥에 많이 몰린 상태여서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예기치 않은 하락장이 펼쳐질 경우 소액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6월은 주식시장이 약세를 나타낸다는 속설도 있다.


◆신용융자 잔액 5조원 육박


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융자 잔액은 3일 기준 4조923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4조1918억원에 비해 17.4%(7321억원) 늘어난 것이다.



시장별로는 코스피시장 신용융자 잔액이 2조5270억원, 코스닥시장은 2조3696억원이었다. 특히 코스닥은 지난해 말(1조8921억원) 이후 이날까지 26.6%(5048억원)나 불었다. 코스피는 같은 기간 2조2996억원에서 2조5270억원으로 9.8%(2274억원) 늘었다.


코스닥시장 신용융자 증가율이 코스피시장에 비해 3배 가까이 가팔랐던 셈. 개인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빚을 내 투자할 만큼 향후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는 얘기다. 이 기간 코스피 지수는 2011.34포인트에서 1995.48포인트로 2000선을 넘나들며 지루한 횡보세를 보였다.


이에 비해 코스닥은 499.99포인트에서 523.12포인트로 5% 가까운 상승을 기록했다. 올 들어 중·소형주가 강세를 보이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개인이 돈을 빌려서까지 '한 방'을 노렸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신용잔고는 통상 단기 차익 실현을 위한 용도인 만큼 증시가 오를 때는 효과가 있다. 주가 상승기에는 레버리지(지렛대)효과로 상승 탄력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하지만 하락 국면으로 돌아설 경우 문제가 크다.


빚을 내 투자한 만큼 당장 손해가 작지 않고, 매물이 매물을 부르는 악순환이 나타날 우려도 크다. 한 증시 전문가는 "돈을 빌려준 증권사는 계좌 잔고가 일정 비율 아래로 떨어지면 하한가로 반대매매에 돌입한다"며 "이 경우 증시를 짓눌러 지수의 추가 하락을 부채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코스닥 부진에 우려 고조

이 때문에 최근 코스닥시장이 조정현상을 보이는 것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지난주(5일) 코스닥지수는 523.12로 거래를 마쳤다. 전 거래일(3일)보다 8.16포인트(1.54%) 내린 것으로, 닷새째 내리막을 탔다. 올해 들어 5일 연속 하락은 처음이다. 코스닥은 연초 중소형주 바람을 타며 4월18일 연중최고치(571.23)를 찍은 뒤로 계속 약세다. 외국인의 관심도 식는 모습이다. 외국인은 월간 기준 코스피시장에서 4∼5월 순매수했지만, 지난달 코스닥에선 5개월 연속 '사자'를 끝내며 순매도로 돌아섰다.


이런 코스닥의 부진은 기업 실적 부진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코스닥 상장사 929곳의 올해 1분기 매출(34조8000억원)은 전 분기(39조8000억원)에 비해 12.6% 감소했다. 최근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재편은 이런 쏠림을 가속화하는 촉매가 됐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보유 비중은 연초 49.55%에서 최근 50.91%까지 확대됐다.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쓸어담은 결과다. 코스닥의 라이벌은 삼성그룹주란 분석이 나올 정도다.


코스닥의 반등도 여의치 않아 보인다. 기관 투자가와 외국인의 매도세가 거세다. 지난해 말 수준인 코스피와 달리 코스닥은 10% 이상 올라 차익 실현 욕구가 커진 상태였다. 여기에 실적 부진까지 확인되면서 매도 물량이 쏟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2분기 실적이 확인될 때까지는 적극적인 매수 주체가 나타나기 힘들 전망이다. 김승한 하이투자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코스닥 지수가 부진하고 레벨도 올라온 감이 있는 만큼 코스닥 쪽 신용잔고는 더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코스피의 수익성 추정치가 하락하는 점을 들어 코스닥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질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유욱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2012년 이후 코스피 이익성장률이 하락할 때 중소형주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을 확률은 66.7%"라며 "여름의 약세 이후 박스권을 돌파하는 기조적 강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