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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西部를 선점하라".. 청두(成都)에만 글로벌 기업 233개 각축

"중국 西部를 선점하라".. 청두(成都)에만 글로벌 기업 233개 각축

[IT·자동차 기업, 3대 거점 도시 시안·청두·충칭에 몰려] 쓰촨·산시·충칭 성장률 13%… 전국 평균 7.8%보다 높아 저임금 근로자 구하기 쉬워 -한국기업들 러시 삼성전자, 시안에 반도체 공장 현대車, 쯔양에 상용차 공장 SK·포스코 등도 진출


중국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시 가오신(高新·'하이테크')개발구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건설 부지에서 차를 타고 북쪽으로 10분쯤 가면 마이크론의 반도체 조립 공장이 보인다. 마이크론이 2억5000만달러를 투입한 곳이다. 여기서 북동쪽으로 10분쯤 더 가면 NTT(일본) 데이터센터, IBM 시스템과학기술센터가 나타난다. 세계 500대 기업 가운데 60여개 회사가 최근 5~6년 사이 시안 하이테크개발구에 자리를 잡았다.


시안시 측은 "삼성전자가 이곳에 들어오면서 지멘스를 비롯한 세계 60여 개국 IT기업 100여개가 시안에 투자를 결정했거나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각국의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 서부에 거점을 마련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00년대 들어 동부 연안보다 낙후된 서부 지역을 발전시키기 위한 '서부 대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시안은 쓰촨(四川)성 청두(成都), 충칭(重慶)과 함께 서부 대개발의 3대 거점 도시로 꼽힌다. 사회 기초시설이 정비되고, 지방정부가 기업 유치를 위해 다양한 혜택을 내걸면서 글로벌 기업이 서부 지역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다국적 기업 앞다퉈 진출

중국 서부 지역에는 IT 기업 진출이 특히 활발하다. 인텔은 2005년 청두에 반도체 조립 공장을 세운 뒤 규모를 계속 늘리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세계 사업장 구조조정에 나선 인텔은 상하이 공장을 폐쇄하고 생산 공장을 청두로 통합했다. IBM은 2009년 3월 청두를 중심으로 서부 지역을 생산·연구의 축으로 삼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HP는 2010년 충칭에 PC를 연간 400만대 생산할 수 있는 규모의 공장을 완공해 운영하고 있다. 델컴퓨터는 지난 6일 청두에 연간 700만대 PC 생산 능력을 갖춘 공장을 완공했다. 델의 회장 겸 CEO인 마이클 델은 "중국 서부 지역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부 대개발 거점 도시 중 한 곳인 청두에는 포천 500대 기업 중 233개 기업이 진출해 있다. 인텔은 CPU 절반을, 애플은 폭스콘을 통해 아이패드의 70%를 청두에서 생산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도 서부 지역에 속속 자리를 잡고 있다. 폴크스바겐과 도요타가 각각 중국 이치(一汽)자동차와 합작해 청두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 기업도 서부로


한국 기업들도 서부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시안에 70억달러 규모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는 삼성전자 외에도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8월 쓰촨성 쯔양(資陽)시에 총 36억위안이 투입되는 상용차 공장을 착공했다.


SK는 충칭에서 리튬전지용 양극재 공장 준공을 앞두고 있다. 1억달러가 투자된 이 공장은 2개 생산 라인에서 양극재를 연간 9600t 생산할 계획이다. 올 2월에는 SK종합화학이 중국 최대 국영석유회사인 시노펙과 충칭시에 부탄디올(BDO) 합작공장을 설립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두 회사는 총 38억위안을 투자해 2015년 말까지 연간 20만t 생산 규모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충칭에는 또 포스코가 2008년 자동차용 강판 가공센터를 열었고, 한국타이어도 오는 7월 승용차·트럭·버스용 타이어 생산 공장을 본격적으로 가동할 계획이다.


서부 지역은 기업 투자가 몰려들면서 동부 지역을 능가하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쓰촨과 충칭, 산시의 성장률은 각각 12.6%, 13.6%, 15.5%였다. 전국 평균 성장률(7.8%)보다 크게 높은 것이다.


서부 지역으로 기업이 모여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종복 코트라 시안무역관 관장은 "동부 지역 제조업체들은 극심한 구인난과 고임금에 시달리고 있지만, 서부는 저임금 근로자를 구하기 쉽다"며 "빠른 도시화로 주민 소득이 증가하면서 소비 시장으로 부상하는 것도 서부 지역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서부 대개발은 개혁·개방을 이끈 덩샤오핑(鄧小平)이 균형과 분배보다 성장을 우선한 발전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역 불균형이라는 부작용이 생기면서 시작됐다. 중국 정부는 2000년 3월 제9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3차회의 정부공작보고에서 서부 대개발을 오는 2050년까지 50년 동안 추진한다고 선언했다.


서부 대개발 대상 지역은 시짱(新疆)·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와 산시·쓰촨성, 충칭시 등 12개 성시(省市·성 및 직할시)다. 서부 대개발 지역 총 면적은 685만㎢로 중국 전체 면적의 71.4%를 차지할 정도로 광활하지만, 인구는 3억7000만명으로 전체의 28%에 불과하다. 석유, 천연가스, 석탄 등 천연자원이 풍부한데도 중국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으로 꼽힌다. 서부 대개발 지역의 GDP는 중국 전체의 15%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