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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RS 2차 대란…아직도 허점 수두룩

IFRS 2차 대란…아직도 허점 수두룩


'2차 IFRS(국제 회계기준·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 대란'이 일어나고 있다.

GS건설(006360) 은 지난달 10일 1분기 영업손실이 5354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증시는 단숨에 큰 충격에 빠졌다. GS건설은 다음 날 하한가까지 급락했고, 전체 건설주 주가도 10% 가까이 하락했다. 실적이 예상에 크게 못 미쳐 일어나는 '어닝 쇼크'였다. 당시까지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이 예상했던 GS건설의 영업이익은 500억원 안팎이었다. 예상치와 무려 6000억원 가까이 차이가 났다.


삼성엔지니어링도 지난달 16일 어닝 쇼크를 일으켰다. 증권가 예상치(1740억원 흑자)에 3938억원이나 모자랐다. 1분기 증시는 어닝 쇼크가 수두룩하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이 틀려도 너무 틀린 것 아닐까?


여기엔 숨겨진 이유가 있다고 증권가는 털어놓는다. 2011년부터 전면 도입된 한국식 국제회계기준(K-IFRS)이 어닝 쇼크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 영업이익 범위 불분명한 IFRS 도입

IFRS는 원래 국제회계기준심의회(IASB)가 세계 각국의 회계 기준을 통일하기 위해 만든 회계 기준이다. IASB는 원래 민간단체라 구속력은 없다. 하지만 2002년 미국 엔론에서 대규모 분식회계 사건이 터지며 각국 공통의 기준을 만들자는 얘기가 나오면서 이 기준을 세계에서 일괄 도입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됐다. 유럽연합(EU)은 지난 2005년 상장기업에 도입을 의무화했다. 한국도 이 추세를 따라 지난 2011년부터 도입했다.

한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IFRS는 이전에 사용하던 한국식 일반회계기준(GAAP)에 비하면 어디까지 영업이익으로 볼지가 애매모호했다. 또 건설, 조선, 해운 등은 이 기준으로 하면 부채비율이 높아져 자금조달이 어려워진다고 주장, 일부 예외를 인정받았다. 이 때문에 현재 한국에서 쓰는 것은 원래 IFRS 규정과도 약간 다른 한국식 국제회계기준(K-IFRS)이다.


▲ IFRS 논란 일지
◆ 어닝쇼크 뒤에는 K-IFRS

올해 어닝 쇼크를 일으킨 것은 대체로 국제회계기준과는 다른 '한국식'을 채용한 업종이다.

GS건설의 경우 해외 사업장의 공사 일정에 맞춰 매출, 영업이익을 반영해오다 뒤늦게 '예상했던 것보다 원가가 많이 나왔다'며 이미 집계했던 이익을 전부 삭감했다.

S사는 한 해외 사업장에서 매출이 마이너스로 잡혔다. 상식적으로 상상하기 어려운 이 사태는 완공이 되기 전에 매출액을 대거 재무제표에 반영했다가 완공일이 늦어지며 기존에 반영했던 매출을 깎아야 했기 때문이다.

본래의 국제기준을 따랐다면 이런 상황은 없었을 것이다. 공사가 끝났을 때만 실적에 반영하기 때문. 그러나 건설사들은 "한국은 다른 나라와 달리 청약금, 중도금 등 선수금(부채)을 받고 공사에 들어가는 구조라 완공 기준으로 회계 처리를 하면 영업을 하면 할수록 부채비율이 높아진다"며 반발, 외국 건설사와 다른 회계법을 쓰게 됐다.

저축은행업종도 마찬가지다. 저축은행은IFRS가 도입되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매각한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권 충당금을 쌓아야 했다. 이 경우 상장 저축은행은 재무구조 악화로 상장 폐지를 피할 수 없었고, 금융 당국은 IFRS 도입을 5년 연기해줬다. 하지만 상장 저축은행은 줄줄이 추가 부실이 터지며 푸른저축은행만 빼고 모두 퇴출됐다.

◆ 1차 대란, 영업이익 분류 제멋대로

IFRS를 도입하면서 일어난 혼란, 이른바 'IFRS 대란'은 이미 작년에 1차로 일어났었다. 41개의 부실 코스닥기업이 건물 매각 차익, 충당부채 환입 등의 일회성 이익을 영업이익으로 분류, '5년 연속 영업손실시 관리 종목에 지정한다'는 규정을 빠져나간 것이다. 대규모 매각 차익을 영업이익에 반영, 매출보다 영업이익이 더 큰 희한한 사례조차 나왔다.

이 때문에 지난해 9월, 금융위원회는 기업들에게 매출에서 매출원가, 판관비를 뺀 수치만을 영업이익으로 분류하라고 통지했다. 이렇게 혼란은 끝나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상장사들의 '꼼수'는 계속되고 있다.

올 초엔 한 코스닥 기업이 주력 기술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5년 만에 흑자 전환했다. 주력 기술 매각으로 당장 올해 다시 적자를 내게 됐음에도 '기술 매각은 회사의 주요 영업 방식'이라는 논리를 펴 회계법인을 설득했다.

또 다른 기업은 미리 충당금을 잔뜩 쌓았다가 이듬해 이를 환입 받아 영업이익을 흑자로 만들었다. 이익 2년채를 모아 한 해는 대형 적자를 보고 한 해는 이익을 내 상장 폐지로 이어질 수 있는 연속 적자를 피한 것이다. 또 다른 코스닥기업은 자회사 지분이 10% 정도밖에 없음에도 실적을 전부 모회사 영업이익에 반영하려 해 논란이 일었다.


이정조 리스크컨설팅코리아 대표는 "문제의 원인은 IFRS에서 보장하는 기업들의 자율성"이라며 "기업에 맡기는 부분이 많다 보니 같은 업종 내 기업이어도 다른 회계 방식을 적용해 단순 비교가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 계속되는 논란

논란은 지속 중이다. 이번엔 신종자본증권이 문제가 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042670)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지난해 말 발행한 5억달러의 신종자본증권을 자본으로 분류한 재무제표와 감사보고서를 승인했다. 신종자본증권이란 원래 채권(부채)이면서도 만기가 워낙 길어 자본으로 분류될 수 있는 특징이 있는 증권 상품이다.


IFRS에서는 만기가 30년 이상일 경우 채권이지만 자본으로 분류할 수 있게 했는데 우리나라에선 아직 정확한 유권 해석이 없다. 이 신종 자본증권 덕분에 두산인프라는 부채비율을 215.6%에서 막을 수 있었는데, 만약 부채라는 유권해석이 나오면 부채비율은 단숨에 300%대로 치솟는다. 신종자본증권이 자본인지는 이르면 14일 결정된다.


국제회계기준위원회는 오는 14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해석위원회의 안건 가운데 하나로 '신종자본증권의 해석 여부'를 채택했다. 앞으로도 당분간K-IRS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