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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증권

조급한 규제 강화에 파생상품 거래 '뚝'



한국 파생상품시장 거래가 지속해서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강화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파생상품시장이 주식워런트증권(ELW)시장 스캘퍼 수사(2011년) 등 사건사고로 얼룩지면서 규제가 강화되자 개인을 비롯해 기관투자가도 이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 장내 파생상품의 세계시장 비중은 2006년 21%에서 지난해 4%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한국 파생상품시장은 한때 세계 1위였지만 지난 2013년 9위로 떨어졌다. 

코스피200 선물 개인 비중은 2004년 48.6%에서 2014년 26.0%로 절반 가량 줄었다. 코스피200 옵션 개인 비중도 49.9%에서 29.9%로 축소됐다. 코스피200 선물 개인 활동계좌수는 2004년 4800개에서 2014년 3900개로 감소했다. 

파생상품 관련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자 금융당국이 개인의 진입장벽을 높인 탓이다.

2012년 코스피200 옵션 거래승수가 5배 인상됐고, ELW 유동성공급자(LP)매도.매수 호가제한 제도가 시행됐다. 또 오는 12월 8일부터 선물·옵션 투자를 하려면 기본예탁금 5000만원에 30시간 사전교육·50시간 모의거래를 이수해야 한다. 국내 파생상품시장 규제가 지나치게 조급하게 만들어지면서 신뢰를 잃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미국·홍콩·영국 등 금융 선진국은 파생상품 관련 사고 발생시 1~6년에 걸쳐 근본적인 개선을 진행하고 있지만 한국은 지나치게 조급하게 대책을 내놓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은 선물중개업체 'MF글로벌' 파산 사태 후 의회보고서 채택에 13개월이 걸렸다. 홍콩은 미니본드 사태(파산한 미국 리먼브러더스 채권파생상품 판매로 손실) 20개월 후 최종 대책안이 발표됐다. 영국 소매판매채널 규제(RDR) 보고서는 6년 6개월에 걸쳐 작성돼 근본적인 개혁을 단행했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은 사건 발생후 1~2개월 내 최종대책안이 발표됐다"며 "ELW는 7개월 간격으로 추가규제가 도입됐다"고 말했다. 

국내 주요 파생상품 관련 사고는 2008년 4월 키코사태, 2009년 4월 주가연계증권(ELS) 불공정거래 혐의, 2010년 11월 옵션만기일 사태, 2011년 3월 워런트(ELW)시장 스캘퍼 수사, 2013년 12월 한맥증권 사태 등이다.

일부에선 한국 파생상품시장이 경제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컸다는 시각도 있다. 2011년 한국 파생상품시장 거래대금은 세계 1위였고, 당시 국내총생산(GDP)은 15위였다. 

남 연구위원은 "폴란드 등 자본시장이 덜 발달한 국가에선 파생상품시장 초기에 개인투자자 급증이 관측된다"며 "한국은 2012년부터 국제적 추세와 근접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금융당국이 무조건 진입장벽을 만드는 것보다 일반 개인투자자와 전문투자자를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혜나 노무라증권 홍콩법인 상무는 "전문적 개미와 파생상품을 모르고 들어오는 개미는 차이가 있다"며 "한국 장벽이 높아지자 최근 홍콩 ELW 시장에 와서 트레이딩을 하는 한국인 전문투자자를 봤는데 트레이딩 실력이 상당했고, 이들은 한국 파생상품시장 진입 자체가 막혔다는 데 불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