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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V·DTI 풀리자 집대출 '급증'‥금감원, 집대출 용도 조사

LTV·DTI 풀리자 집대출 '급증'‥금감원, 집대출 용도 조사



지난달 시중은행에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몰리면서 은행권 주택대출이 급증했다. 8월부터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같은 대출규제가 대폭 풀린 데다 기준금리 인하까지 맞물리면서 대출수요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주택시장을 살리기 위해 대출규제를 푼 만큼 주택대출 급증 추세는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문제는 정부가 정책 취지로 내세운 주택시장 활성화와는 관계없이 가계의 빚부담만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집을 담보로 신규로 집을 사는 게 아니라 생활자금이나 사업자금으로 쓸 경우 오히려 가계부채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집을 사거나 기존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갈아탈 때만 완화된 대출규정을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감독원 역시 이런 점을 우려해 이달 중으로 주택대출을 취급하는 전 은행권을 상대로 주택대출이 어떤 용도로 나갔는지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 8월 주택대출 급증‥우리銀 1조 늘어

장마철과 휴가철이 끼어 있는 8월은 주택시장 비수기로 꼽힌다. 당연히 집을 사기 위해 시중은행에서 주택대출을 받는 수요도 다른 달에 비해 적은 편이다. 그런데 지난달엔 이전과 달리 주택대출이 급증했다. 우리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우리은행의 주택대출 잔액은 57조620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달과 비교하면 무려 1조2286억원 늘어난 수치로 올 들어 8월에 주택대출이 가장 많이 나갔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의 주택대출 잔액은 50조2907억원에서 50조5332억원으로 2425억원 증가했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22일 기준 주택대출 잔액(82조8629억원)이 전월보다 6993억원 늘었다. 

한국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지난달 신규로 8350억원의 주택대출을 집행했다. 1~7월 평균 주택대출 실적이 2328억원 정도에 불과했는데 지난달에 이보다 3.5배 많은 금액이 나간 것이다. 시중은행 대부분 이달 들어 주택대출이 급증하면서 이달 주요 시중은행(우리·국민·신한·기업·SC·하나)의 주택대출 증가액이 3조원을 가뿐히 넘을 것으로 은행권은 추정하고 있다.

◇ 늘어난 주택대출, 어디에 쓰나

정부의 대출규제 완화로 주택대출은 급증하고 있지만 정작 집을 사기 위해 주택대출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현재 시중은행들은 주택대출을 할 때 자금용도를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집을 담보로 생활자금이나 사업자금으로 충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엔 이런 경향이 더 두드러진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주택대출은 금리가 연 3% 중반 수준으로 수요자가 받을 수 있는 여러 대출 중 금리가 가장 낮다”며 “통상 금리 하락기에 주택대출을 생활자금이나 사업용도로 쓰는 경우가 증가하는 경향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시중은행들은 지난달 집행된 주택대출 가운데 60% 이상은 대환(저금리로 대출을 받아 고금리 대출금을 갚는 것) 대출이나 생활·사업자금용으로 나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반면 집을 사기 위해 주택대출을 받은 경우는 40% 안팎으로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여신 담당자는 “주택대출 용도를 정확하게 구분하지 않아 어떤 용도로 대출됐는지 완전히 파악할 수 없다”면서도 “다만 은행에서 활동하는 대출모집인들을 통해 현황을 조사하면 집을 사기 위해 대출받는 비율은 10건 중 2~3건으로 상당히 미미한 편이다”고 말했다. 

◇ 금감원 주택대출 용도 조사 실시

주택대출을 생활자금이나 사업자금으로 쓴다고 해서 가계부채 문제를 더 키운다고 단정 지을 순 없다. 가계로선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시중은행에서 더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돼 오히려 가계부채의 질적인 측면이 개선되는 효과도 없진 않다. 고금리를 쓰는 가계가 차환을 통해 이자비용을 절감한 경우는 대부분 중산층이하 서민층이 혜택을 본 것으로 추정이 가능하다. 다만 대출환경이 유리해지면서 부채 규모가 늘면 이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집을 담보로 사업자금을 마련한 자영업자들의 경우 지금이야 금리가 낮아 괜찮겠지만 경기 침체로 상환 능력이 떨어지면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달 중으로 주택대출을 취급하는 시중은행에 공문을 보내 주택대출이 어떤 용도로 주로 이용되는지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현재 당국이 직접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은 갖춰져 있지 않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까진 대출규제 완화로 가계부채에 문제가 되는 징후는 발견되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주택대출이 사업자금 등으로 쓰일 경우 가계부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을 반영해 현황 파악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