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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9년 만에 최대 금융개혁.."사실상 부양책"

중국 런민(人民)은행이 상업은행들에 대한 대출 금리 하한을 없애기로 하면서 은행간 대출 금리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출 금리 상한을 없앴던 지난 2004년 이후 최대 규모의 금융 개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에선 대출자를 끌어모으려는 은행들의 금리 인하 경쟁으로 신용이 확대돼 앞으로 금융 시스템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았다.


런민은행은 19일 홈페이지를 통해 "20일부터 상업은행들에 대한 대출 금리 하한을 제거하기로 했다"며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발표했다. 즉 몸집을 키우려는 은행들이 고객에 대한 대출 금리를 마음대로 낮출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조치는 중국 정부가 금융 개혁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지금까지 런민은행은 기준금리보다 30% 낮은 수준에서만 대출 금리를 결정해 왔다.


그동안 중국 안팎에선 런민은행의 대출 금리 규제가 일반 기업들의 비용으로 대형 국영 은행들의 배만 불리는 것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그러나 이번 금리 자율화로 일반 기업들은 물론 개인 대출자들도 저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로 은행들이 회사채 시장에서 더욱 효율적으로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마크 윌리엄스 캐피탈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에 "당장 나타나는 차이는 적겠지만 은행 부문에선 상당한 변화"라며 "정부 의도가 아니라 시장 수급으로 금리가 결정된다는 점에서 그렇다"고 말했다. 왕준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CCIEE)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이번 조치는 금융 개혁에 있어 큰 돌파구가 될 것"이라며 "사람들은 런민은행이 대출 금리 하한을 점진적으로 낮출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를 일거에 제거했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가 사실상의 부양책이라는 평가도 있다. 영국 런던 소재 센트럴마켓의 수석 브로커인 조 네이버는 CNBC에 "통화 완화 정책의 한가지 유형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올해 하반기 중국 경제 성장률은 7.6%로 낮아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앞으로 중국 성장률이 계속 낮아질 것을 감안해 정부가 개혁에 나선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나 금융 개혁의 핵심으로 여겨졌던 예금 금리 자율화는 이번 조치에 포함되지 않았다. 현재 런민은행은 기준금리의 110% 수준으로 예금 금리 상한을 정해놓았다. 전문가들은 진정한 금리 자율화를 위해선 예금 금리 규제를 없애는 것이 열쇠라고 보고 있다. 부동산 시장 과열을 우려하는 정부 의중대로 주택담보대출 금리에 대한 규제 완화도 제외됐다.

런민은행은 "이번엔 예금 금리 범위에 대해선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이를 개혁하기 위해선 더욱 깊고 높은 수준의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눙예은행·궁상은행·젠서은행 등 대형 국영 은행들이 예금 금리 개혁에 반대했다는 추측도 나왔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예금 금리와 높은 대출 금리 차(差)로 이익을 누려 왔다.

한편에선 그림자 금융(규제를 받지 않는 제2금융권)을 기반한 신용 팽창 현상이 이번 규제 완화로 더욱 속도를 낼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탄야링 중국외환투자연구원장은 "대출 금리 자율화로 은행들의 위험 관리를 어떻게 보장할지 의문"이라며 "은행들의 자율 경영과 가격결정 능력을 시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