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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증권

거래세 대신 배당에 집착..증시활성화 도움될까

정부가 곧 내놓을 주식시장 활성화 대책은 세제 혜택 여부가 관건이다. 
업계에는 현물과 선물, 파생상품과 옵션 거래 등 복잡하고 다양한 증시 생태계에서 시장 관계자 모두의 요구를 충족하는 길은 결국 세제 혜택밖에 없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높은 외국인 의존도 탓에 현금인출기 취급을 받던 국내 증시의 체질을 개선하려면 세제 개편을 통한 개인과 기관투자가의 힘이 절실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최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증권거래세 인하는 없다"면서 세제 혜택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세수 부족에 대한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소식이 업계에 전해지자 정부의 증시활성화 대책에 알맹이가 없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여기에 확실한 증시 부양을 위해 업계가 요구하고 있는 주식형 펀드에 대한 배당소득세 인하 가능성도 낮아졌다.

■정부 "거래세 인하는 없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의 주식거래세 인하 여부를 놓고 조율해 온 기재부와 금융위는 이달 중 발표하는 증시 활성화 대책과 관련, 막판 협의를 하고 있다.

그러나 양측은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증시를 살려야 한다'는 공동 목표를 갖고 머리를 맞댔지만 사실 세제개편 결정권을 쥔 기재부는 세금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동안 기관과 개인 등 투자자의 형평성을 고려해 과세해왔는데 현재 증시 침체라는 일시적 이유만으로 이를 깰 수 없다는 게 기재부의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최 부총리는 지난 9일 증시 활성화를 위해 세제 혜택보다 배당을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밝혔다. 전망과 추측이 난무한 증권거래세 인하 논란에 대해 확실하게 못을 박은 것이다.

최 부총리는 이날 증권거래세 인하 대신 "연기금, 대주주, 외국계가 적용받는 5%룰과 같은 경영 관련 규제를 부분적으로 완화하겠다"고 말했다. 5%룰은 투자자가 특정회사 지분을 5% 보유 시 변동사항을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하는 규정이다. 연기금의 제도적 부담을 줄여 시장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뜻이다.

최 부총리는 "거래세 인하는 전혀 검토하지 않으며 인위적 증시 부양은 성공 가능성이 없다"면서 "주가가 상승하기 위해서는 기업실적이 먼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 "정부가 증시에 찬물 끼얹어"

이에 금융투자업계는 "정부가 살아나는 증시에 찬물을 부은 격"이라며 주식거래세 인하는 증시 활성화에 실질적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기관 및 개인 투자자의 주식 거래비용에서 가장 큰 부분이 주식거래세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기예금 금리가 2% 초반인 현재 0.3%의 거래세는 과하다는 주장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실질금리가 1%대로 떨어지고 부동산도 침체된 상황에서 개인이 주식.펀드.채권 등을 하지 않고 수익을 낼 수가 없다"며 "선진국들이 이 같은 변화를 먼저 겪었고 우리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투자의 저변이 확대될 수 있게 정부가 물꼬를 터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산운용사들은 초이노믹스로 추진되는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확대 등 주주가치를 높이는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내도 저성장 궤도에 진입하고 있어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 가치 확대로 증시를 레벨업시켜야 투자자의 수익도 향상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기재부가 배당세율을 현행 14%에서 5~9%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는데 주식형 펀드도 이 같은 배당세율 인하 혜택이 추가되는 것이 형평성에 맞다는 주장도 나온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는 이 같은 인위적 요소를 없애고 시장 기능에 맡기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증시가 수년째 답보상태다. 증시가 살지 않는다는 것은 기업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세제 혜택을 준다고 해도 정부가 걱정하는 만큼의 세수 부족은 없을 전망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거래세율이 낮을 때는 거래량 증가에 따라 세수가 점차 증가하지만 거래세율이 높을 때는 반대로 거래량이 감소해 세수 규모도 점차 감소한다"며 "대부분 국가에서는 조세형평성과 금융시장의 유동성에 직접적 타격을 입힌다는 점에서 거래세를 부과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