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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타이젠OS로 승부를 건다

삼성, 타이젠OS로 승부를 건다오픈소스 컨퍼런스 열어…타이젠OS 탑재 스마트 TV도 공개

삼성전자가 타이젠OS를 전면에 내세웠다. 지금까지 소문만 무성했던 타이젠OS를 보다 정교하게 가다듬어 새로운 생태계 구축을 위해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하드웨어를 벗어나 소프트웨어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전략적인 포석으로 여겨진다.

삼성전자는 16일부터 17일까지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그랜드볼룸에서 '삼성 오픈소스 컨퍼런스(SOSCON)'를 열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오픈소스 컨퍼런스인 '소스콘'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한곳에 모여 오픈소스 지식을 공유하고 오픈소스 개발 과정에서 얻은 경험을 함께 나누는 자리다.

기조연설에는 우분투(리눅스 기반의 운영체제)의 커뮤니티 매니저를 거쳐 현재 엑스프라이즈 재단의 조노 베이컨 수석 이사, NHN 넥스트의 이민석 학장, Red Hat의 허태준 개발자, 삼성전자의 카르즈텐 하이츨러 수석 프로그래머 등이 나섰다. 이들은 오픈소스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역사와 커뮤니티를 소개하는 한편, 개발자의 양성화와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제반사항을 제시했다.

조노 베이컨 이사는 “오픈소스의 무궁무진함은 새로운 시대의 혁명과 비교할 수 있다”고 역설했으며 이민석 학장은 “오픈소스 커뮤니티의 발전을 위해 정부와 기업, 학교 등이 나서야 한다”는 뜻을 피력하기도 했다.

허태준 개발자는 “오픈소스의 주요 특징은 소프트웨어 개발의 모든 과정이 투명하다는 것이며, 이를 바탕으로 개발자 중심의 문화가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으며 자신의 유년시절 사진을 보여주며 오픈소스의 태생을 재미있게 설명한 카르즈텐 하이츨러 수석 프로그래머는 “세계와 오픈소스는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어 컨퍼런스는 3개의 세션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오픈소스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개발자의 자유로운 의견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분위기였다.

삼성전자는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 자사의 타이젠OS를 전면에 내세웠다. 오픈소스 영역에서 삼성전자가 집중하는 분야가 바로 리눅스 기반의 모바일 운영체제 타이젠OS이기 때문이다.


▲ 타이젠 이미지. 사진제공 - 삼성전자

하지만 타이젠OS의 역사는 굴곡이 많은 편이다. 당초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와 iOS의 양강구도를 깨고자 야심차게 바다OS를 출시한 바 있다. 하지만 바다OS는 2.7%의 세계시장 점유율을 기록하는데 그치며 사장되고 말았다. 최고의 하드웨어 기술을 가졌지만 최고의 소프트웨어 생태계는 가질 수 없었던 것이다. 덕분에 삼성전자는 구글과의 협력을 강화하며 안드로이드 동맹군의 일원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2011년 일명 ‘옴니아 사태’를 빠르게 수습한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OS 스마트폰을 출시해 특유의 하드웨어 기술력으로 세계 시장을 석권한다. 타이젠OS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시기도 이즈음이었다. 삼성전자는 타이젠0S를 통해 바다OS로 실패한 새로운 모바일 생태계 구축을 집요하게 노렸다.

하지만 베일을 벗은 타이젠OS도 안드로이드와 iOS의 양강구도를 깰 수 없었다. 도리어 ‘동맹군의 수장’격인 구글의 압력만 거세졌다.

물론 구글과 삼성전자의 동맹은 다양한 외적인 요인 덕에 틀어지지 않았으나 구글이 한때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하며 벼랑 끝까지 내몰린 적은 있다.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한 구글이 자체 스마트폰 생산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지며 하드웨어 조력자 삼성전자의 입지가 불안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신히 파국을 피한 양쪽은 다시 아슬아슬한 관계를 이어갔다. 그 과정에서 삼성전자는 구글과의 기 싸움 과정에서 타이젠OS를 일종의 협상카드로 활용하곤 했다. 실질적인 파급력보다 가능성을 염두에 둔 행보였다.

반전은 웨어러블에서 시작됐다.

IFA 2014를 기점으로 스마트홈을 수렴한 웨어러블, 사물인터넷이 각광을 받으며 타이젠OS는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최초 시장 진입 여부가 핵심인 웨어러블은 스마트 시장의 블루오션이기에, 여기에 착안한 삼성전자가 타이젠OS를 탑재한 스마트워치 기어 S를 출시하고 연말에는 타이젠OS 스마트 TV까지 출시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하드웨어에만 집중한 나머지 소프트웨어를 등한시했던 실수를 두 번 저지르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로 해석된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컨퍼런스 기간 로비에서 타이젠OS를 탑재한 스마트 TV를 선보이기도 했다. 올해 3월 제조된 풀HD(1920×1080) TV UN65H8000AF 모델에 타이젠OS를 물리적으로 탑재한 제품이었다. 번거로운 메뉴 숫자를 줄이고 직관적인 인터페이스 구축에 공을 들인 분위기다. 깔끔한 디스플레이 디자인과 빠른 구동속도도 인상적이었다.

다만 실제로 작동을 했을 때 다양한 정보가 표시되지 않아 기존 스마트 TV의 ‘친절함’에 익숙한 이들은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최근 외신에는 삼성전자의 타이젠OS에 대한 기사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2015년에는 타이젠OS가 탑재된 가전제품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기사도 나온다. 타이젠OS를 탑재한 삼성Z 스마트폰 러시아 출시가 자꾸 미뤄지는 사이, 실질적인 기술적용은 웨어러블과 스마트 TV의 영역에서 숨을 고르는 분위기다. 오픈소스 컨퍼런스는 그 단초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