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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증권

외국인 場막판 집중매수 `알쏭달쏭`

외국인 場막판 집중매수 `알쏭달쏭`


외국인 행보가 종잡을 수 없다. 장중 내내 주식을 팔아치우다 장 막판 주식을 대거 사들이는 매매 행태를 지속하고 있어서다. 

시장에선 코스피를 추종하는 글로벌 패시브(passive) 펀드들을 장 막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대표적 세력으로 지목하고 있다. 
아울러 이런 매매 행태가 나타난 배경에는 장중 매수 평균가격과 종가 간 차이를 일컫는 ’트래킹 에러’를 줄이기 위한 주식 매매 브로커들 고충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지난달 31일 장 종료 이후 코스피시장에서 600억여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 때문에 장 종료 시점인 이날 오후 3시께 900억원에 육박하던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273억원으로 급감했다. 

이 같은 외국인 매매 행태는 최근 일주일째 지속되고 있다.
실제 지난달 30일에도 외국인들은 오후 3시 정규장 마감 직후 코스피시장에서 900억여 원어치를 사들였다. 일자별로 장 마감 후 순매수액은 △지난달 25일 160억원 △28일 300억원 △29일 800억원으로 점점 규모가 확대되는 양상이다. 

이 때문에 증권사 리서치센터와 언론에선 지난 8월 23일부터 계속된 외국인 순매수세가 매도세로 돌아서는 시점과 관련된 리포트와 기사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혼선을 빚기도 했다. 실제 지난달 25일 정규장 때 외국인은 28억원 순매도를 기록해 한때 연속 순매수 일수가 40거래일로 끝나는 것으로 예상되기도 했다. 하지만 장 마감 후 순매수세가 유입되면서 결국 123억원 매수 우위로 마무리됐다. 

이런 가운데 증시 전문가들은 이 같은 장 막판 매수세력으로 글로벌 신흥국에 투자하는 패시브 펀드들을 지목하고 있다. 
패시브 펀드란 코스피나 코스피200 등 주가지수를 추종해 주가지수 상승률만큼 수익률을 추구하는 소극적 전략을 구사하는 펀드들을 일컫는다. 

이런 외국계 패시브 펀드들이 장 마감 10분 전 동시호가 주문을 내는 방식으로 주식을 대거 매수하고 있다는 얘기다. 동시호가란 거래가 집중되는 개장 전이나 장 마감 직전 호가를 받아 오전 9시, 오후 3시 정각에 주문을 한 번에 체결시키는 매매 행위를 말한다. 

그렇다면 이 같은 패시브 펀드들이 장 마감 직전 동시호가를 집중적으로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배경에는 펀드매니저들이 브로커를 평가하는 주요 기준인 ’트래킹 에러’가 자리 잡고 있다.

트래킹 에러란 일중 평균 매수가와 종가 간 차이를 말하는데, 브로커들은 트래킹 에러가 작을수록 고객인 펀드매너저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는다. 

예를 들어 A라는 종목의 종가가 100원인데, 일중 평균 매수가가 105원이였다면 트래킹 에러는 +5인 셈이다. 이때 종가보다 5원 비싸게 산 것인 만큼 브로커는 매너저에게 질책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물론 트래킹 에러가 없다고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일중 평균 매수가가 95원으로 100원인 종가보다 5원 낮았다면 저렴하게 매수했기 때문에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물론 종가보다 낮은 방향으로 트래킹 에러가 나면 좋은 일이지만 이에 대한 평가는 박한 반면 종가보다 높은 방향으로 트래킹 에러가 나면 매니저에게 싫은 소리를 듣게 된다"며 "이 때문에 가급적 종가와 오차를 줄이는 방향으로 매수하는 쪽을 선호하는 외국계 패시브 펀드 브로커들의 동시호가 주문이 장 막판 몰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런 패시브 펀드들 중에선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아이셰어이머징(EM) 상장지수펀드(ETF)가 시장에서 의심을 사고 있다. 최근 이 펀드 설정액이 급증했다는 이유에서다.

 덩치가 커진 아이셰어 ETF가 국내 증시에서 장 막바지 바스켓(다수 종목 동시 매매)으로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는 얘기다. 

이 밖에도 국내 기관과 외국인 사이에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25일 이후 블록딜이 많이 이루어진 종목으로는 △코덱스200 △코덱스 삼성그룹 △킨덱스 레버리지 △킨덱스 밸류대형 등 지수 추종 종목과 △삼성전자 현대차 기아차 등이 대부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