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다이서/뉴스

[15대 어젠다] ‘유류세의 유혹’ 못 끊는 정부

[15대 어젠다] ‘유류세의 유혹’ 못 끊는 정부

총 세수중 10% 달해… 전기·스마트카 육성 시늉뿐 




■ 창간 15주년 기획-15대 어젠다

(3) 미래차 시장에 한국이 안보인다


세계 최고 수준의 IT 강국이자 세계 자동차 시장 5위라는 위상과 달리 우리나라의 전기자동차 경쟁력은 세계 시장 점유율 0.37%라는 부끄러운 성적표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자동차 등 국내 대기업의 자리는 없을 전망이다.


우리가 한눈을 파는 사이 이미 세계 전기차 시장은 본격적인 성장기에 접어들고 있다. 3일 전기차 전문 매체 '인사이드EVs'의 집계에 따르면 순수 전기차(EV)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량(PHEV) 등 전기차의 미국 내 판매량은 지난달 5924대로 전년 동기(5550대)보다 6.7% 늘었다. 지난해 미국 판매량은 11만9710대로 전년(9만7507)보다 22.8%나 늘었다. 


반면 지난해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1183대에 불과했다. 전기차 정부 보조금 공모를 통해 판매한 대수가 1000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순수 민간 판매량은 200대 수준이다. 32만713대(PHEV 포함, 지난해 기준) 규모의 세계 전기차 시장과 비교하면 점유율 0.37%의 초라한 성적표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2020년까지 전기차 20만대, 공공급속충전시설 1400기를 공급하겠다는 전기차 육성 계획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하긴 했지만, 올해 보급 목표 역시 단 3000대다. 


정부의 전기차 육성 의지에 의구심이 든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 없이 장밋빛 청사진만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시점에서 전기차가 단기간에 빠르게 확산할 경우 정부 세수의 10%가량을 차지하는 유류세 세수가 크게 줄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휘발유 기준으로 정부가 거둬들이는 유류세는 전국 주유소 평균 판매가격(리터 당 1854.71원, 1~10월 평균)의 50.8%에 달한다. 관세와 수입부과금, 부가가치세 등을 더하면 휘발유에 들어가는 세금비중은 64%까지 달한다. 반면 미국의 유류세 비중은 약 11%다.


미국과 중국 등은 강력한 전기차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전기자동차 및 하이브리드차 생산량과 판매량을 각각 500만대에 도달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1000억위안(한화 약 17조3500억원)을 투자해 전기차 산업클러스터를 조성키로 했다. 미국 역시 PHEV를 포함하는 전기차 구매 소비자에게 대당 최대 7500달러(한화 약 823만원)의 구매보조금 제도를 2015년까지 실시한다.


스마트카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자동차와 IT 간 끝없는 융합과 경쟁이 펼쳐지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IT·자동차에서 국내 산업을 이끄는 쌍두마차는 끌려가고 있는 처지다. 구글이 2017년 자율주행차 판매를 발표한 바 있으며, 아우디와 메르세데스 벤츠 등도 실제 도로에서 무인자율주행 테스트 주행 결과를 공개했다. 하지만 국내 업체들은 뒷짐만 지고 있다. 그나마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018년까지 친환경차와 스마트카 등 미래 자동차 개발에 80조7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지만 이미 늦었다는 평가다.


정책 측면에서도 각국이 스마트카 대중화에 따른 규제개선 논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현행법상 국내 업체가 일반 도로에서 스마트카 시범주행을 할 경우 법적인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의 경쟁자는 미국 자동차회사인 제너럴모터스(GM)가 아니라 IT 기업인 구글이 될 수 있다"며 "삼성전자 등도 미래 시장경쟁력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어제의 적도 오늘의 동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글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스마트카 운영체제(OS)는 물론 완성차 제조까지 직접 나서겠다는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들의 무인자율주행 기술은 거의 상용화 단계에 이르렀다. 반면 현대차는 스마트카 OS를 구글과 애플 등에 의존하고 있으며, 자율주차 수준의 성과만을 거두고 있다. 세계 5위권의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비교하면 걸음마 단계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역시 자체 OS를 보유하고 있지만 자동차에 적용했다는 소식은 없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최근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 등 미래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미국과 중국 등에 비하면 정책적 지원이 미흡하다"며 "미래 자동차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전시성 행정보다는 규제 장벽을 해소하고 시장 조성을 위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5030402100122799001&naver=st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