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산분리’ 깨고… 인터넷 은행 내년 출범
ㆍ금융위원회, 설립 방안 발표
ㆍ기업 지분참여 허용, 자본금도 낮춰
ㆍKT·다음카카오 등 ICT업체 ‘주목’
내년 상반기에 창구에 가지 않고 인터넷으로만 예·적금에 들고 대출 등을 받을 수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한다. 금융소비자들이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싸고 창의적인 상품을 이용할 수 있게 되지만 은행의 공적 기능 유지와 소비자 보호를 위한 진입장벽을 대부분 헐어버린 것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인터넷뱅킹이 발달해 있는 한국 금융상황에서 ‘틈새시장’을 찾을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금융위원회가 18일 내놓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방안을 보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위해 존재해온 규제를 거의 다 풀었다. 가장 큰 벽이었던 ‘은산분리’ 규제는 대기업을 제외한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소유할 수 있는 수준으로 완화했다. 현재 은행법은 은행이 기업의 사금고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이 은행 지분을 4% 초과해 소유할 수 없도록 했다. 당국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강점이 있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등이 진출할 수 있도록 자산 5조원 이상으로 상호출자제한을 받는 61개 대기업 및 계열사를 제외한 나머지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50%까지 소유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대주주에게 자기자본의 10% 내에서만 대출을 하도록 하고 대주주가 발행한 주식은 은행이 인수할 수 없게 했다. 설립에 필요한 최소 자본금도 일반 은행의 절반인 500억원으로 낮췄다. 영업 범위도 일반 은행과 동일하게 모든 업무를 다 할 수 있다. 건전성 규제는 설립 초기임을 감안해 일반 은행에 적용되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10.5%) 적용을 1~3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핵심 쟁점 중 하나였던 실명확인 문제는 이미 올해 말부터 비대면 실명 거래를 허용한다는 방침이 발표된 상태다.
금융위는 올해 하반기 신청을 받아 내년 상반기 안에 1~2개를 시범적으로 인가한다는 방침이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정부의 바람대로 올 정기국회에서 통과된다면 내년 하반기부터 인터넷전문은행이 등장할 수 있게 된다. 현재 금융권에서는 기업은행, 우리은행이 진출을 준비하고 있고 산업자본 중에는 KT, 다음카카오 등이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뱅킹이 대중화돼 있는 상황에서 어떤 틈새시장을 발굴할지가 주목된다.
당국이 은산분리라는 금융 규제의 대원칙을 허문 것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동양그룹 CP(기업어음) 사기사건에서 보듯 대기업만 은행을 악용하고 중소자본은 악용하지 말라는 법이 있느냐”며 “금융감독당국이 건전성 규제, 소비자 보호를 핵심으로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산업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은행법 개정안 통과도 불투명하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어 개정안이 통과될 기회는 올해 정기국회뿐인데 ‘은산분리’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기엔 시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은 이날 “은산분리 제도의 본질을 외면하고 대원칙을 함부로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하반기에야 법안을 제출하면서 연내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는 것은 터무니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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